국내 LCD산업 대만에 추월당할 위기

올해 30억달러선의 수출액을 기록할 정도로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수출 주력품목으로 등장하고 있는 LCD산업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올들어 국내 업체들이 TFT LCD 생산라인의 신, 증설을 보류한 데 반해 대만업체들은 전세계 TFT LCD분야 투자액의 50%선에 이를 정도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오는 2000년에 가면 TN급 및 STN급 LCD분야에 이어 TFT LCD마저 대만에 추월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정책도 TFT LCD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소극적인 정책에서 탈피, 대만에 뒤지고 있는 TN 및 STN급을 포함한 LCD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삼성전자, LC반도체, 현대전자 등 국내 TFT LCD업체들이 공급과잉으로 인해 판매가 부진, 자금난을 겪자 투자여력이 줄어들면서 TFT LCD 생산라인의 신증설투자를 보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천안공장에 3.5세대라인 1개 만을 오는 2, Mbps분기에 가동키로 했을 뿐 추가 라인증설을 유보했다. 또한 LG반도체 역시 1월부터 구미공장에 3.5세대 LCD라인 1개를 가동중이나 추가 설비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전자도 99년 상반기까지 완공할 예정인 이천공장의 증설투자를 상당기간 늦추기로 했다.

이에 반해 대만의 차이메이, 에이서, 테코, 유니팩, 중화영관, 프라임뷰 등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오는 99년까지 5개 라인을 신, 증설키로 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에 나고 있다.

대만업체 가운데 ABS수지업체인 차이메이인 오는 2000년까지 LCD사업에만 8백억엔을 투자, 6백♀7백20㎜ 생산라인의 신설과 함께 컬러필터라인에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대만산업기술연구소(ITRI)도 12.4인치 TFT LCD를 개발, 중화영관, 프라임뷰, 테코, 유니팩 등 4개 업체에 기술이전을 했으며 특히 중화영관은 일본 ADI사와 기술협력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술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아울러 우리업체를 견제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이 편광판필름, 컬러필터, 백라이트 등 부품분야의 공장을 대만현지에 설립하거나 기술이전을 통해 대만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만업체들의 투자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경우 13.3인치를 기준으로 대만업체들의 생산능력은 현재 2%선에서 오는 2000년에는 12%선으로 크게 늘어나 우리업체들은 주시장인 대만시장을 상실하는 등 많은 시장을 잠식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업체의 관계자는 『세계 최대의 노트북PC 생산국가로 연간 12억달러의 TFT LCD를 수입하는 대만은 부품, 소재의 안정적인 공급선 및 제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대대적으로 단행하고 있다』면서 『초기에 대만업체들의 움직임에 적극 대응하지 못할 경우 부품, 소재뿐 아니라 모니터 시장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제라도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철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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