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두기 아까운 비디오영화 재출시 바람

영화 「인디펜던스데이」 「맨 인 블랙」 「잃어버린 세계 2」등은 극장흥행을 안방으로 이어가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를 실시했다. 그 결과 10만장 안팎의 비디오 판매량을 기록하는 수익을 얻었다. 이에 반해 별다른 홍보없이 비디오로 출시돼 곧 잊혀지는 영화들이 많다. 그중 몇몇 작품은 오랫동안 기억되고 가끔은 다시 찾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최근 출시된 비디오 중에서 묵혀두기엔 아까운 영화들을 간추려 소개한다.

지난해 개봉돼 한국영화계와 젊은 지성인들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던 김응수 감독의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영화마을)가 이달 초 비디오로 재출시됐다. 영화가 극장에서는 물론이고 비디오로도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거의 1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영화 마니아들을 위해 다시금 출시된 것이다.

이 영화는 모스크바에서 올로케이션을 했고,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촬영감독 게오르기 잘라예프를 비롯한 러시아의 A급 스탭들이 참가해 수준 높은 영상미를 보여준다.

모스크바 근교의 별장에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서른을 앞두고 한 해의 마지막 밤을 함께 하기 위해 모였다. 십년전 이념적 동지로서 최루탄 속을 헤치고 뛰었던 이들은 누군가의 배신으로 죽음에 이른 친구 진호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이별과 죽음,절망과 희망을 교차시키며 조용하지만 가슴 아프게 전개된다.

97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후보작으로 오르고 골든글로브 평론가상을 수상한 「진송」(SKC,감독 주효문)도 지난 1월 출시된 후 잊혀져 가는 영화다. 비극적인 사랑과 화려한 음악이 잘 어우러진 탄탄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대중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 영화는 중국의 신화적 인물인 진시황을 전제군주라기보다 개인으로서 접근한다.

영정(진시황의 아호)은 연나라에 볼모로 잡혀있으면서 유모의 아들인 고점리와 형제처럼 자란다. 둘의 우정은 생명을 구해줄 정도로 깊다. 그러나 왕위계승을 위해 진나라로 돌아갈 때 영정의 신하들에 의해 고점리가 버림받는다. 이후 성인이 된 고점리는 연나라의 궁중악사가 되고,영정은 천하통일의 야망을 실현해간다. 긴 전쟁에 따른 민심 수습책으로 고점리의 음악을 탐하던 진시황은 그를 데려오지만 일은 뜻과 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난 12일 출시된 「덴버」(20세기폭스)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영화. 기존 갱영화의 틀을 벗어난 사실적인 구성과 묘사로 새로운 느와르의 맛을 전해준다. 감독 게리 플레더는 선댄스영화제 출신의 감독으로 갱스터를 소재로 삼아 인도주의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95년 칸느영화제의 비평가들도 「덴버」의 가치를 높게 샀다.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뒤로한 채 안정된 생활속에서 사랑을 시작한 지미(앤디 가르시아)에게 옛 보스의 명령이 떨어진다.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은 지미는 옛 갱스터 친구들을 불러모아 일을 계획한다. 그러나 갱스터답지 않은 실수로 모든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린다.

앤디 가르시아,가브리엘 앤워,스티븐 부세미,크리스토퍼 워켄 등 매력적이고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도 볼거리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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