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비디오폰, 가정자동화(HA) 단말기 등을 공급하는 HA업체들이 환율급등으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몰리고 있다.
HA업계의 영업이 대부분 23년전에 이루어져 지난해 연말부터 불어닥친 환율인상 여파로 야기된 수입부품 가격의 인상분을 고스란히 HA업계가 떠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대부분의 HA업계에서는 달러당 원화 가격이 8백원대였던 시절에 제품가격을 계산해 소비자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최근 환율이 당시보다 배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원가부담이 최소 30%에서 1백%까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제품가격인상은 거의 불가능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설치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적으로 HA업체들은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건축하는 시점에서 소비자들과 비디오폰, HA기기 등의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향후 건축될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짓고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HA업체들도 아파트 세대 안에 설치될 비디오폰이나 HA기기를 전시하고 소비자들로부터 구매주문을 받는 것. 이에 따라 아파트나 아파트 내에 설치되는 각종 기기들의 가격도 아파트가 완공되기 2~3년 전에 결정된다.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짓기 시작해 완공할 때까지 물가 인상폭이 적거나 인하되면 그만큼 건설업체들에게 유리하지만 요즘처럼 반대 상황이 나타나면 건설업체들이 입는 손해는 그만큼 크다. 아파트에 비디오폰이나 HA단말기를 공급하는 HA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은 아파트 분양에 따른 대금을 나눠 미리 받아 이같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HA업체들은 제품이 설치되는 시점에 대금을 받기 때문에 건설사들보다 가격변동에 대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다.
따라서 환율급등의 여파로 제품 생산에 따른 평균 원가부담이 종전보다 약 34% 인상됐으며 일부 부품은 최고 1백%까지 가격이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HA업계에서는 환율이 8백원대였던 2~3년전의 원가로 계산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 엄청난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려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주실적을 올리기 위해 HA업체들끼리 무리한 영업경쟁을 벌였으며 그 결과 원가수준으로 소비자들과 제품공급을 체결한 업체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결국 과거 계약실적이 많은 업체들일 수록 적자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HA산업을 이끌어온 중견 HA업계들로서는 사업의 존폐여부를 생각할 만큼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품비나 원자재비가 올라 과거 계약금액으로는 도저히 제품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HA업체는 건설 현장에 제품 공급을 지연시켜 건설업체나 소비자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어려운 상황이 그동안 수주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영업경쟁으로 혼탁됐던 국내 HA시장을 제대로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라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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