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체질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메모리 분야에 대한 절대적인 편식증과 비메모리 분야 결핍증으로 요약되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결국 반도체 산업의 오늘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국제 반도체 경기가 재채기만 해도 심한 독감에 걸리고 마는 현재의 체질로는 미국과 일본등 전자, 정보통신 분야의 최강국들이 벌이는 산업 전쟁에서 배겨낼 재간이 없다. 특히 IMF사태가 닥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메모리 산업은 또 다른 장애물에 맞닥뜨리고 있다. 공정 기술이 우선시되는 메모리산업은 무엇보다 차세대 제품에 대한 설비 투자가 경쟁력 확보의 선행조건이다. 그러나 국가와 기업의 국제 신용도가 급락하면서 설비투자 재원을 조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통상산업부의 의뢰로 작성한 「반도체 기반기술 강화 방안」보고서는 이같은 국내 반도체 산업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체질개선용 중장기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보고서의 세부 내용을 8회에 걸쳐 요약한다.
<편집자>
배경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2년여간 지속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과 최근의 외환위기가 국내 반도체 산업을 뿌리채 흔들어 놓고 있다.
공정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초, 기반 기술은 전적으로 선진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보고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취약점을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진단하고 있다.
우선 산업 구조적인 문제. 생산의 85%를 수출하고 수요의 75%를 수입하는 다소 기형적인 수입의존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낮은 메모리 제품은 대부분 수출하고 부가가치가 월등히 높은 비메모리(시스템IC)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산업의 미숙에서 찾고 있다. 이 분야는 소자산업보다 더 고도화된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분야로 범위가 넓은 반면 시장이 제한돼 있는 특수 분야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과 창의적인 전문 연구가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반도체 산업의 발전 과정이 공정기술 위주로 진전되면서 기초, 기반 기술 확보에 소홀히 한 것이 최근의 반도체 산업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는 혹독한 자기반성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우선 국내 반도체 산업이 21세기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비메모리(시스템IC) 산업 육성이 무엇보다 앞서 추진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업체들과 연구소, 정부가 각각의 자원을 총동원해 비베모리 분야 육성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중장기적으로 총력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세계 반도체 산업의 주도국인 미국과 일본의 산업 기술 지원 정책을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분야의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은 대학과 국가연구소, 기업이 3대축을 이뤄 상호 유기적인 협동을 통해 반도체 분야의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민관 공동 컨소시엄인 세마테크에 연간 1억8천만달러, 반도체연구조합인 SRC에 연간 4천만달러의 막대한 출연금을 정부와 민간업체들이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민간 주도의 반도체산업연구소(SIRIJ)를 중심으로 일본반도체첨단기술주식회사(Selete), 반도체 기술대학지원센터(STARC)등 민, 관, 학, 연이 총동원돼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선진국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키 위해서는 민, 관, 학, 연이 합동으로 10년 이상을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는 중장기 플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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