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그룹 계열사에서 독자적으로 추진되던 전자의료기기 사업을 통합, 21세기를 겨냥한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그동안 삼성GE의료기기, 삼성종합기술원, 삼성항공, 삼성정밀화학, 삼성SDS, 삼성전자, 삼성의료원 등 계열사 별로 전자의료기기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심전계, 내시경시스템, 레이저수술기, 무혈 혈당측정기,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 등 각종 첨단 전자의료기기의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결집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각 계열사별로 분산된 전자의료기기 사업을 통합, 대대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시점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그룹의 전자의료기기 사업 본격화 임박설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최근들어 그간 극비에 부쳐 개발해 왔던 각종 전자의료기기 관련 기술을 상품화 이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발표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상품화가 완료되야만 제품 및 기술을 발표해 왔던 삼성의 과거 모습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출사표」를 선언한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삼성종합기술원은 삼성의료원, 삼성항공, 삼성전자 등과 공동으로 디지털 보청기, 치과용 3파장 레이저, 내시경 수술시스템, 위전도계(EGG), 12채널 심전계(ECG), MRI(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장치) 3차원 영상합성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최근 일반에 공개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MRI와 X선 촬영장치 등 첨단 전자의료기기 개발도 거의 완료 단계에 들어가는 등 조만간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정밀화학도 전자복사선을 이용해 채혈없이 혈액내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무혈 혈당측정기(모델명 터치 트랙)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도 최근들어 의약, 의료분야 사업부문 강화 차원에서 상당수 전자의료기기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항공은 CCD카메라 등 광학기술을 응용, 복강경에 주로 사용되는 경성내시경을 개발, 현재 삼성GE의료기기를 통해 상품화에 착수했으며 삼성SDS(대표 남궁석)도 지난 95년부터 삼성의료원 PACS 구축작업에 참여한 기술인력을 다수 흡수하고 PACS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타사 PACS와도 연동 가능한 개방형「UniPACS」를 개발, 삼성의료원 수술장에서 사용중이다. 이 회사는 시스템 안정성이 뛰어나고 멀티미디어 기술이 적용되는 차세대 PACS 개발에도 나서는 등 의료정보시스템 관련 기술 개발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삼성GE의료기기는 GE의 초음파 영상진단기 및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일부 모델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게 이관해 오고 록히드마틴사의 PACS 사업을 이관해 오는 등 품목을 지속적으로 다양화하고 있는 데다 올 상반기 내 현 성남공장을 증축, 그동안 개발해 왔던 MRI 등 몇몇 신제품의 생산라인을 신설할 방침이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실행은 미뤄둔 상태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이같은 성과물에도 불구하고 전자의료기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GE사와 합작사(삼성GE의료기기)를 설립하면서 GE가 생산중인 제품은 한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한다는 옵션 때문에 개발한 제품을 상품화할 수 없거나 GE의 사전 양해를 얻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당장 가시적인 조처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들이 보는 두 가지 시나리오는 우선 GE와 결별하고 삼성GE의료기기 등 특정 업체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사업부문을 전격 통합, 대대적으로 전자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드는 것과 현 GE와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연구개발은 지속적으로 투자, 우선 사업화할 수 있는 성과물은 계열사 및 타사를 통해 생산하고 기술이전을 가속화함으로써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다.
전자는 GE와의 합작사 설립이 14년째에 이르렀으나 전자 및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의 잠재력을 경계해 GE가 핵심 전자의료기기 제조기술을 잘 이관해 주지 않아 삼성측의 불만이 큰 데 따른 것으로 실행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결국 이 방향으로 갈 것이란 게 삼성 및 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후자의 경우 디지털 보청기의 경우 계열사가 아닌 전문 중소기업을 통해 생산할 예정이며 MRI 제조에 관해서도 이미 GE측의 양해를 얻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미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과연 삼성의 의도대로 기술이전이 얼마만큼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뤄지느냐가 삼성그룹의 전자의료기기 사업 본격화 시점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측의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 개발을 담당하는 파트는 대부분 GE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그룹의 최고 경영층에서 결정할 사안이지 뭐라고 언급할 성질의 것이 아니며 아무리 계열사간이라고 해도 사업부문을 통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고 시장 여건도 좋지 않아 당장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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