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호의 침몰은 금세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해양사고로 꼽힌다. 1912년 이름에 걸맞는 화려함과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영국을 출발, 미국으로 향하던 이 배는 처녀출항 후 4일만에 깊은 바다 속으로 수장되었다. 승객과 승무원 2천2백명 가운데 1천5백명이 사망했다. 침몰의 원인을 둘러싼 수많은 미스테리가 난무한 가운데 해저 3천7백73m 지점에 두동강이 난 채 누워있는 타이타닉의 잔해가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74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타이타닉호와 함께 그 배를 탔던 수많은 유명인사들로 인해 이 사건은 심심찮게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가 되었고 제임스 카메론은 이것을 다시 러브스토리로 탄생시켰다.
『관객과 함께 침몰의 순간을 통해 세기말적 불안감을 체험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타이타닉」은 정석적인 다큐멘터리의 구조속에 「만들어진 사랑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관객을 대서양의 한복판으로 내몬다.
타이타닉호와 함께 수장된 보석을 찾던 탐사 팀은 자신들이 찾는 보석을 목에 걸고 있는 여인의 누드 스케치를 발견한다. 스케치의 여주인공이자 타이타닉호의 생존자 중 한사람인 로즈는 탐사 팀을 찾아와 90여년 전 자신의 사랑을 회상한다. 쓰러져가는 집안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유산 상속자인 칼(빌리 제인 분)과 원하지 않는 약혼을 해야했던 로즈(케이트 윈슬렛 분). 그녀는 타이타닉호 갑판에서 작은 소동을 계기로 3등 객실의 승객인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을 만난다. 숨막히는 상류사회의 관습과 규율에 얽매여 있던 로즈는 거리의 화가인 도슨의 자유스러움과 당당함에 점차 매료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로즈는 도슨에게 칼이 선물한 목걸이를 건 자신의 누드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다. 칼에 대한 마지막 메시지로 그림을 금고에 넣고 도망치는 두사람.
그러나 같은 시간, 배가 빙산에 부딪히고 타이타닉호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거대한 물살 속에서 사랑과 증오가 교차되고, 카메라는 죽음을 눈앞에 둔 긴박함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쫓아간다.
타이타닉호의 재앙보다는 침몰하는 선상에서 펼쳐지는 애틋한 사랑이야기에 바쳐진 3시간 14분이라는 상영시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특수효과와 마지막 구원의 메시지를 잃지 않는 「카메론식 휴머니즘」은 예외없이 여전하다. 타이타닉호의 운명처럼 「재앙의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영화 「타이타닉」은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자유기고가 엄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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