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의 암운이 서서히 감돌던 29년 5월 16일, 할리우드 루스벨트 호텔 앞. 10달러짜리 입장권을 손에 든 2백50명의 관중들이 들뜬 얼굴로 속속 몰려들었다. 제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역사적인 순간과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CNN이 24시간 생방송을 할 수 없었던 시절, 기자들은 그날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낮은 목소리로 수근거리고 있었다. 시상식 당일밤 11시에 배포될 신문을 만들기 위해 미리 수상자 명단을 엿보는 특혜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 오늘날처럼 행사장에서 봉투를 뜯기까지 후보들은 물론 언론에도 트로피의 향방이 비밀에 부쳐진 것은 지난 40년 한 지방신문이 아카데미상 수상자 명단을 흘려보내는 실수를 하고 난 다음부터다. 하지만 시상식 장소가 옮겨지고 스타들의 옷차림과 함께 샹들리에와 카펫의 색깔이 바뀌면서 70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아카데미상은 변화없이 영화 팬을 설레이게 만드는 화려한 축제로 이어져왔다. 이제 네티즌은 3월 23일 로스앤젤레스 오라토리엄홀에서 마돈나와 지나 데이비스의 사회로 열릴 제7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그냥 앉아서 기다리지 않는다. 시상식에 초대받지는 못했어도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와 ABC방송국이 개설해놓은 아카데미상 공식 웹사이트(http://www.oscars.com)를 방문하거나 E 온라인, 버즈같은 유명 인터넷 잡지들이 앞다투어 게재한 아카데미 특집기사를 서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 공식 사이트에서는 안방PC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소니의 DVD 플레이어가 경품으로 걸린 「주요 부문 수상작 알아맞히기」 행사가 기다린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최우수작품상 부문을 놓고 아카데미상 심사위원이나 된듯 고민하는 것도 네티즌만의 즐거움.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고민하는 상류사회 아가씨와 카드게임에 이겨 3등칸 탑승권을 손에 쥔 청년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타이타닉」, 세상과 벽을 쌓고 독불장군으로 살아가던 한 남자가 병든 아들을 키우는 이웃 여인을 만나 변해가는 과정을 담아낸 「애즈 굿 애즈 잇 게츠」, 5명의 실업자가 목돈을 벌기 위해 흥행업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 「더 풀 몬티」, 50년대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경찰의 부정과 퇴폐에 직면한 두 남자를 소재로 한 「LA 컨피덴셜」, 노벨상 수상자의 조정으로 거짓 천재 노릇을 하게 된 어느 대학생의 이야기 「굿 윌 헌팅」 다섯 후보작 모두 색깔이 뚜렷한 작품들이다.
「타이타닉」이 세계 최초로 10억달러를 벌어들이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와 함께 14개 부문 후보에 지명된 제임스 카메론이 행운아라면 비극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오락영화인「잃어버린 세계」가 탈락한 것은 본인도 이해가 가겠지만 「아웃 오브 아프리카」 때문에 「컬러 퍼플」이 트로피를 놓쳤던 쓰라린 경험 이후 아카데미용 야심작으로 준비한 「아미스타드」마저 주요부문 후보에서 일제히 탈락한 스티븐 스필버그일까. 아니면 로버트 듀발, 더스틴 호프만, 잭 니콜슨 등 왕년의 스타들에 밀려 아카데미 후보지명에서 외면당한 신세대 최고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일까.
할리우드 소식통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갖가지 루머와 시상식을 앞둔 가십을 읽어보거나 아카데미 수상식장에 눈부신 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으로 참석할 스타들에 관한 심심풀이 퀴즈를 풀어보는 것도 네티즌이 놓치기 아까운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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