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국내 위성방송 진출 추진 배경과 파장

폐쇄적 시장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왔던 국내 방송산업에 「머독 태풍」이 불어닥쳤다. 새방송법 개정 지연으로 방송산업 구조개편 작업이 미비됐던 국내방송산업은 얼마전만 해도 시장개방압력을 줄기차게 요구받아 왔었다. 이에 데이콤과 루퍼트 머독이 몰고 온 디지털위성방송사업이란 변수는 국내 방송산업을 일대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오전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루퍼트 머독과의 대화에서 시장개방 및 구조변혁을 약속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루퍼트 머독 파장을 부문별로 집중점검해 본다.

<편집자>

-합작투자 성공가능성

뉴스코퍼레이션을 이끌고 있는 루퍼트 머독과 데이콤의 합작관계, 즉 데이콤이 위성방송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설립한 DSM에 대한 루퍼트 머독의 지분참여는 성사가 거의 확정적이다.

물론 차기정부에서 방송행정기능을 담당하는 주무부처가 세부내용을 검토해야겠지만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루퍼트 머독과의 면담에서 사실상 승인해 준 상태여서 루퍼트 머독의 대한 투자는 확정적이다. 특히 다우코닝의 대한 투자유치 실패원인이 우리의 늑장행정 및 제도탓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루퍼트 머독의 투자유치가 실패하고 이의 원인이 법제도 정비지연으로 결론날 경우 월스트리트에까지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확정적」이라는 진단에 설득력을 더한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방송시장개방에 대한 명확한 정책방향을 갖고 있지못한 우리정부가 루퍼트 머독의 투자에 대해 멈칫거리거나 주저할 경우 곧바로 외환위기로까지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하며 BSkyB(영국), JSkyB(일본), ASkyB(미국)에 이은 「KSkyB」의 가능성까지도 점치고 있다.

루퍼트 머독은 작년 7월 이후 합작관계 성사를 위한 데이콤의 끈질긴 구애에 대해 차기정부의 정책방향을 정확히 확인한 이후 가능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이에 따라 데이콤이 그의 방한 및 대통령당선자와의 면담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방송계 관계자들은 데이콤이 루퍼트 머독과 IMF, 차기정부측의 해외자본유치 움직임을 이용해 방송시장까지 일시에 내주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합작법인 방향

데이콤과 루퍼트 머독의 합의는 이제까지 논쟁으로 점철돼왔던 국내 위성방송사업자 구도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콤은 루퍼트 머독과의 합작투자를 설명하면서 새방송법이 제시하고 있는 「최대주주 30%, 외국인 지분한도 15%」라는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나머지 55%는 국내업체들로 구성하게 된다.

이같은 합작관계를 전제한다면 루퍼트 머독이 출자하는 DSM은 일본의 퍼펙TV와 같은 플랫폼사업자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방송을 추진해왔던 기업들은 『데이콤과 머독의 합의에 따른다면 DSM이 최대 80개 채널을 총괄할 플랫폼사업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이제 단일채널 허가니 미들컨소시엄 허가니 하는 따위의 정부차원의 위성방송사업자 인허가라는 틀은 사실상 무의미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의 5개 주요기업의 공동출자로 운영되고 있는 퍼펙TV는 퍼펙TV(주)가 지분참여 정도를 바탕으로 전체 채널구도를 짜고 일부 채널은 일반기업에 제공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DSM도 전체 채널구도를 구성하고 DSM이 상당수 채널을 직접 운영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지분참여 정도에 따라 채널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족한 채널에 대해서는 일부 케이블TV PP나 스타TV 또는 해외방송사업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데이콤의 출자여력과 현대, 삼성 등 대기업들의 참여. 데이콤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신규투자를 진행해와 디지털위성방송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현대 및 삼성 등 대기업들은 이제까지 위성PP와 함께 플랫폼사업자를 꿈꿔왔던 터라 데이콤 주도의 DSM 참여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데이콤측이 접촉할 당시 이들 대기업들은 하나로통신 출범과정에서의 지분 및 역할에 대한 약속위반을 들며 데이콤과의 위성방송 합작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였었다.

-방송시장개방에 대한 파고

루퍼트 머독의 한국진출은 이제까지 문을 굳게 닫았던 국내 방송시장이 사실상의 전면개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국내 방송산업은 지상파의 경우 외국출자가 허용되지 않았고 케이블TV의 경우도 15%한도를 정해놓은 PP(프로그램공급자)를 제외한 SO(종합유선방송국)와 NO(전송망사업자)는 해외자본의 출자가 금지됐었다.

머독의 진출로 해외자본유치가 자유로워지는 상황에서는 해외자본 출자한도를 15%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케이블TV협회의 경우도 대통령직인수위에 외국투자한도를 30%까지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작년말에는 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케이블TV PP에 30~50%의 한도를 적용해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 쿼터제의 폐지 및 외국사업자에 대한 채널운영권 허용, SO시장의 개방을 요구했고 CNN이나 TCI 등도 별도채널을 통해 유사한 요구를 한 상태이다.

특히 루퍼트 머독은 스타TV 등 전세계에 확보해둔 자신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여 CNN, 디스커버리 채널 등 해외방송사업자들의 독자적인 채널운영권 확보는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새방송법에 미칠 파문

루퍼트 머독은 현재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새방송법의 개정방향에도 엄청난 파급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먼저 대기업 및 신문사의 진출불허가 새방송법의 가장 큰 논란거리로 등장해왔던 상황에서 루퍼트 머독의 한국진출은 「우물안 개구리식」 논쟁의 종식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미디어재벌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및 신문사의 참여를 제한한다는 것은 더 이상 명분이 없어 보이며 특히 루퍼트 머독이 일반 오락채널은 물론이고 24시간 뉴스채널까지 확보하고 있어 이를 국내시장에 제공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케이블TV 관련조항의 전향적인 수정도 예상된다. 위성방송이 전향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케이블TV에 대한 족쇄는 더 이상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케이블TV PP, SO, NO의 교차소유 및 MSO(복수 SO), MPP(복수 PP)도 루퍼트 머독 파장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통신 및 CAS문제

놀리고 있는 무궁화위성의 방송용 중계기 6개도 상반기 새방송법 개정이 이뤄지는 대로 데이콤과 루퍼트 머독의 합의방식대로 허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통신이 독자적으로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든가, 아니면 대기업들이 그랜드 컨소시엄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상용화시점은 데이콤샛보다는 앞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지 위성 HDTV와 KBS, EBS를 제외한 최대 가용채널이 16개에 불과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표준작업이 진행중인 CAS(제한수신장치)문제는 원점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머독은 계열의 뉴스데이터콤을 통해 자체적인 CAS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표준화작업이 진행중인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개발한 「디지패스」의 경우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반면 머독이 갖고 있는 「비디오크립트」는 디렉TV 및 USSB(미), 스타TV(홍콩), GLA와 SLA(중남미), 디렉TV재팬과 JSkyB(일), BSkyB디지털(영)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이제 국산시스템의 채택여부를 정부가 민간업체에 강요한다는 것은 무의미해진 상황이 돼버렸다.

-케이블TV와의 관계

외국자본을 끌어들인 국내 디지털위성방송의 출범은 케이블TV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머독 회장은 대통령당선자와의 면담에서 DTH(Direct To Home)과 함께 SCN(Satellite Cable Network)방식을 언급한 상태여서 데이콤샛은 하늘과 지상을 통해 입체적인 가입자 확보전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방식이 실현될 경우 최대 1백10채널까지 가용채널을 갖고 있는 SO나 중계유선방송은 또다른 마케팅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영난에 휩싸이고 있는 케이블TV PP는 혁신적인 제도개선 및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고사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장길수,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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