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디지털 "안방극장" TV혁명은 시작됐다 (5)

디지털 가전시대 개막을 앞두고 가장 큰 관심사가 디지털 제품에 대한 특허료 문제다. 동영상을 고밀도로 압축하거나 빠른 속도로 복원해주는 MPEG2기술이나 AC3와 같은 새로운 음향기술을 비롯, 디지털 가전제품을 상품화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새로운 기술에 대해 얼마만큼의 특허료가 책정되는가 하는 것은 디지털 가전시장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디지털 가전제품 중 이미 상품화가 시작된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플레이어는 세계시장에서 올해를 기점으로 낙관적인 성장세를 예고하고 있으나 특허료 문제는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DVD규격에 참여했던 10개사는 당초 특허풀(Patent Pool)을 구성해 공동으로 특허료를 징수하기로 했으나 원천특허지분이 많은 소니, 필립스, 파이어니어가 특허풀에서 이탈해 특허료 징수체계가 2원화한데다 하드웨어 생산에 참여하지 않고 특허료만을 목적으로 기술을 제공하는 특허보유자도 적지 않아 DVD규격을 사용한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업체는 제조원가의 10∼15%를 특허료로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있다.

기존 TV나 VCR 등 아날로그 제품에 대한 특허료가 통상 3∼5%인 것을 감안하면 두자릿수의 특허료는 원천특허를 보유하지 못한 업체들에는 사실상 DVD사업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DVD보다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 디지털TV에 대해 특허료가 이슈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가전업체들은 디지털TV와 관련된 특허료의 절대금액은 결코 적지 않겠지만 제조원가에서 특허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DVD만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예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DVD플레이어, DVD롬 드라이브, DVDR 등은 소비자들이 구매능력이나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품목인 반면 디지털TV는 궁극적으로 기존의 아날로그TV를 대체할 일반가정의 필수품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는 근거에서 나오고 있다. 즉 디지털TV에 대한 특허료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가전업체를 비롯한 하드웨어업체들이 디지털TV사업 참여를 주저하게 되고 이어서 디지털TV 보급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논리다. 이러한 상황은 특허제공업체들 역시 바라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TV에 대한 특허료는 제조원가의 5%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디지털TV에 대해 우선 특허료를 지불해야 할 핵심기술은 영상규격인 MPEG2, 오디오규격인 AC3, 전송규격인 VSB 등이다. 이 가운데 MPEG2와 관련된 특허료는 지난해 미국에서 설립된 특허컨소시엄인 MPEG L가 디지털TV에 대해선 대당 4달러를 책정한 바 있다. AC3와 VSB는 각각 미국의 돌비연구소, 제니스사가 보유하고 있는데 MPEG2와 비슷한 4, 5달러선에서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TV의 대중성을 들어 디지털TV의 특허료에 대해 안심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TV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부가기능이나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폭은 앞으로 계속해서 확장될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TV의 특허료가 두자릿수로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나 샤노프연구소 등 디지털TV와 관련된 상당수의 원천기술을 부담없이 공개하는 연구소들과는 달리 특허사업만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업체들이나 개인발명가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도 적지 않아 디지털TV의 특허료에 대해 속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분명한 것은 디지털TV에 대한 특허료가 어느 수준으로 책정되느냐에 따라 원천기술을 확보한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들간에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국제적으로 규격화된 기술을 사용하는 디지털시대에선 원천기술이 없는 제조업계의 사업 추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줄 것은 자명하다.

<유형오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