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정밀 경영권" 어디로 넘어갈까

상장 수정디바이스 전문업체인 고니정밀(대표 신현욱)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최근 자동차부품업체인 (주)공화가 최대 주주로 부상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의 빗장이 풀리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로써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3월 주총을 앞두고 고니정밀의 향배에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니정밀은 실질적인 오너이자 최대 주주였던 조덕영씨(구 한독회장)가 95년말 한독을 대우자동차 판매회사인 우리자동차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음악전문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업체인 뮤직네트워크와 고니의 보유지분을 대부분 매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일거에 무주공산(無主空山)로 전락한 고니는 이에 따라 줄곧 M&A시장의 주요 표적이 돼왔고 급기야 M&A전문업체인 H사를 축으로 P씨 등 개인투자가들이 연합전선을 구축, 7%대의 최대 지분율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위협해왔다. 이 과정에서 얼마 전엔 중견 화장용품업체인 동서위생이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느닷없이 찾아든 IMF태풍과 이에 따른 증시의 몰락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개인연합은 와해되고 시화공단 소재의 중견 자동차부품업체인 공화가 5.6%의 지분율로 최대 주주로 떠오른 것. 공화는 일단 기존 개인연합과 동서위생에 비해서는 현 고니 경영진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사업내용면에서도 기술적 연관성이 높아 고니의 새로운 오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고니정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선 신현욱 현 사장이 보유한 1%도 채 안되는 지분이 전부여서 경영권을 방어할 여력이 없는 상태』라고 전제하며 『통신부품인 수정디바이스의 특성상 현 경영진이 유지되면서 새로운 주인을 맞는 게 최선이지만 그것이 안된다면 관련성이 높은 업체가 인수하는 게 좋다』고 공화지지의 입장을 내비쳤다.

공화측도 『주식 장내매입, 주요 주주들과의 연합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5.6%선인 현 지분율을 안정적 경영권 확보선인 25%대로 끌어올려 다음 주총에서 정식으로 경영권 이양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자동차용 센서 등을 개발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고니의 수정디바이스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고니의 차기 경영권이 공화로 굳어진다고 단정키도 어려운 상황이다. 1백%도 채 안되는 부채율을 비롯, 고니의 재무구조와 시장지배력이 비교적 탄탄하고 최근 몇년간 영업실적이 우수할 뿐 아니라 주력 아이템이 유망 통신부품이란 점에서 제3의 세력이 급부상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고니가 주요 설비를 대거 이관한 중국공장의 최대 주주가 고니가 아닌 바로 조덕영 회장이란 점, 고니의 최대 거래처인 미국 사로닉스가 계약관계가 아닌 현 경영진과의 끈끈한 인간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점, M&A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외국인 M&A세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고니 경영권의 향배가 언제 어디로 바뀔지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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