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항법시스템업계, 불황 몸살

국내 경기 불황에 따른 대기업의 부도와 자금난의 물결에 휩쓸려 차량항법시스템(CNS)업계도 몸살을 앓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정보통신, 현대전자, LG정밀, 만도기계, 기아전자 등 차량항법시스템 개발업체들은 최근 모기업의 부도와 경영난 등 악재가 겹쳐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생산,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 사태에 따라 국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올해 차량항법시스템 판매도 당초 예상한 4만∼5만대에 훨씬 못미치는 2만대 가량을 밑돌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분리형 차량항법시스템을 출시한 만도기계는 지난해 모기업인 한라그룹의 부도로 화의신청를 낸 시점에 맞춰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만도기계는 기존제품의 주행경로안내 프로그램과 지도데이터 등을 수정 보완,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2세대 제품을 이르면 내달 중순이나 오는 4월경 출시, 한라일렉트로닉스를 통해 양산에 들어가면서 기존 판매대리점인 대성정밀, 마이스터 등을 통해 제품공급을 재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아자동차의 신모델인 중형차 크레도스II에 자사 2세대 모델을 공급할 방침이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기아전자 및 기아정보시스템과 차량항법시스템 공동개발을 추진해온 가운데 그룹부도 여파로 지속적인 제품 개발이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전자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판에 들어간 1세대 제품에 대한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 소비자용 분리형 제품의 판매율이 월 2백대에 정도였던 지난해의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젠린, 마쓰시다전기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올 연말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2세대 제품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1세대 제품을 소진할 방침으로 할인판매 등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7월 차량항법시스템 「인터로드」를 출시한 쌍용정보통신은 경기불황으로 제품판매가 기대에 못미치자 기존제품에 비해 기능을 높이고 시스템을 안정화한 「인터로드II」를 최근 선보이고 불황 타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정밀도 지난해 12월 중순이후 제품을 출시한 이후 시판일정을 지금까지 미루는 등 제품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

LG정밀은 이와 관련 제품 품질의 보완 작업을 조만간 마무리하고 이달 말부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분리형 차량항법시스템 「매직투어」의 시판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동안 막대한 금액을 들여 차량항법시스템을 독자개발하는 등 중복투자를 해온 현대, 대우, 기아, 쌍용, 삼성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들은 IMF사태로 자금난이 심화됨에 따라 지난달 차량항법시스템 공동개발에 합의한바 있다.

<온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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