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美 주도 "I300I" 탈퇴 의미

삼성전자와 LG반도체가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3백㎜ 웨이퍼 관련 기술 표준화 기구인 「인터내셔널 3백㎜ 이니셔티브(I300I)」를 탈퇴하고 삼성이 일본 업체 주축의 「반도체첨단테크놀로지 (세리트)」진영에 참여함으로써 3백㎜ 기술 표준화 문제를 둘러싼 양대 진영간 기술 주도권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I300I는 미국 세마테크(Sematech)의 주도 아래 미국, 한국, 유럽, 대만 등 비(非) 일본계열 13개 업체가 참여해 3백㎜ 웨이퍼 기술의 조기확보 및 규격 표준화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공동연구를 추진해 왔다.

이에 반해 NEC, 히다치, 도시바, 후지쯔 등 일본의 10대 반도체업체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I300I에 참여하지 않고 「세리트」라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자체적인 3백㎜ 기술 연구를 진행해 왔다.

3백㎜ 표준화와 관련해 이들 두 진영은 최근 3백㎜ 웨이퍼를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규격을 공동 제정한다는데 합의는 등 외형적으로는 공동 보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일본 등 주요 반도체국가들의 이해가 절대적으로 반영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각 진영은 주도권 장악을 위해 참여 업체를 늘리는 등 본격적인 세 불리기 작업에 나섰다.

최근 세리트가 한국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 등에 자신들의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 요청하고 삼성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일본 업체들은 겉으로 미국 주도의 표준화 작업에 합세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실제로는 표준화 과정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측은 자신들의 업계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국 업체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방식을 세계 표준으로 강력히 주장해 이를 관철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I300I측 진영 또한 한국의 2개 업체가 탈퇴하는 대신 미국 반도체 업체 4개사를 추가 가입시켜 미국 10개사와 유럽 3개사, 그리고 대만 TSMC와 한국 현대전자 등 총 15개 업체로 전열을 정비하는 한편 연구 영역도 3백㎜ 관련 기술 외에 노광 및 환경 분야 등으로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인텔이 삼성에 이어 일본진영에 본격 가세할 경우 3백㎜ 표준화 경쟁은 업체간 이해 관계가 얽힌 복잡한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게 반도체 업계의 시각이다.

3백㎜ 웨이퍼는 오는 2000년부터 반도체 산업계에서 표준 웨이퍼로 자리잡게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올해부터 세계 반도체 관련업체들의 최대 관심은 3백㎜ 표준화와 실용화 문제에 집약될 전망이며 세리트와 I300I간의 이러한 주도권 경쟁도 더욱 치열해 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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