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소설방] 불꽃남자 박대리의 PC통신 탐험기 (13)

사람의 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사람이 갑작스레 위암이라니! 박대리는 위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 후 수술을 해야한다는 동료 직원의 소식을 전해듣고는 내심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가 요즘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어?』

『그러게 말야, 직장 생활하는 남자들… 알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인지도 몰라. 쫓겨나지 않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해야 하고, 집에서 좋은 남편 소리 들으려고 애써야 하고… 부모님께 효도해야 하고…』

『거참… 걱정되네! 지난 가을에 건강진단 받을 때만 해도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

『괜찮긴… 그때도 위염이 심하다고 치료를 요한다고 했는데, 위장약 먹어가면서 그냥 버텼다나 봐. 신경 안쓰면 괜찮겠거니 하고 말야. 위장약 독한거 먹으면 통증이 둔화돼서 병이 진척돼도 못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더군.』

박대리와 이대리는 주거니 받거니 동료직원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자기들의 건강 여부 또한 염려하고 있었다.

『가만! PC통신으로 자가진단이라도 수시로 해야겠군. 전문의가 건강상담도 무료로 해주는 것 같던데?』

『에이, 박 대리는 너무 PC통신에 의존하는 것 같아! 중독아냐?』

『중독은 무슨? 내가 뭐 허구헌날 채팅만 하는 줄 알아? 알고 보면 유용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는 정보맨이라고!』

『허허허! 그래? 그럼 그 자가진단인지 뭔지 우리도 한번 해볼까?』

떡 본 김에 고사 지낸다고, 박대리는 당장 PC통신에 접속하여 서울의 모 종합병원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건강상담 코너를 찾아갔다. 그 메뉴는 자각증상을 입력, 자신의 건강을 어느 정도 체크 받을 수 있는 곳이 었다.

설문 내용에 따라 「예/아니오」로 대답해나가며 얻어낸 이대리의 건강 상태는 특별한 이상은 없으나 」과중한 업무로 인한 피로」라는 결론으로, 적당한 휴식과 안정을 취하면 좋아진다는 내용이었다.

흡족한 마음으로 이대리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박대리는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하여 또 다시 설문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요즘 박 대리는 잦은 기침으로 감기약을 먹고 있는 중이었기에, 주로 기침에 관련된 증상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이게 어쩐 일인가? 기침을 할 때마다 가슴이 조이는 듯 아프고 숨이 차며 답답하다는 증상에 」YES」 라고 응답하자마자 심장이나 폐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었다.

박 대리의 손끝이 부들부들 사시나무처럼 떨려왔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곧 죽을 사람이라는 사형선고라도 받은 듯, 눈앞이 캄캄해지고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아아… 장가도 못 가고 심장병으로 죽는 거 아냐? 어흑… 나 죽으면 울 엄마는 누가 모셔? 맛있는 것 한번 제대로 못사드렸는데… 흑흑…』

박대리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더니 자신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 동안 건강하다고 믿고 감기겠거니 생각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박대리는 보다 확실한 대답을 얻기 위해 전문의가 전자메일로 직접 상담해주는 코너를 이용하여 자신의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을 전송하고는 답신이 오기를 기다리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전과 다름없이 늙으신 어머니가 금방 지은 따뜻한 저녁상을 차려놓고 홀로 박대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하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는 박대리. 밥 상 앞에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야가 으째 밥상머리 앞에서 달구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지랄이여?』

『흑흑…』

『말 안혀? 참말로 답답해 죽겠고마!』

그러나… 연로하신 어머니께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저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눈물만 흘릴밖에.

『나이 삼십을 거꾸로 쳐무건냐, 와 찔찔 짜고 그래 쌌냐! 으메… 나가 참말로 니 땀시 오래 몬살그따!』

『흑흑… 엄마!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아따… 알았응께 고마 밥 무거야~!』

눈물을 흘리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은 박대리는 불안한 마음에 밤을 지새우고 토끼처럼 빨개진 눈으로 회사에 출근하여 PC통신에 접속했다.

자신이 보낸 상담에 대한 결과를 알리는 전문의가 보내온 메일이 도착되어 있었다. 메일을 읽던 박대리는 사무실이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귀하의 병명은 「건강염려증」입니다. 중병에 걸려 있다는 비현실적인 공포나 믿음에 사로 잡혀 계신 듯 하오니 마음을 편히 가지시길 바라오며, 신체적인 증상은 제 소견으로는 감기라고 생각됩니다. 가까운 병원을 이용하시어 약물치료를 하심이 좋을듯하며, 아울러 신경정신과 상담을 병행하시는 것이 「건강염려증」의 치료에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황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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