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반도체 전, 현직 연구원들이 64MD램의 일부 설계 도면과 기술을 대만 반도체 업체인 난야테크놀러지사(NTC)에 유출시킨 산업스파이사건이 발표되면서 이 사건이 우리나라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 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사건의 피해당사자인 삼성전자와 LG반도체는 이들을 통해 빠져나간 기술의 범위와 수준을 점검하며 검찰의 사건 처리방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이번 사건은 최근 국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D램 분야에서 엄청난 재원을 쏟아붓고 있으면서도 큰 폭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이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무리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한국의 반도체 신화를 기대했던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사면초가에 몰리면서 일거에 기술 수준을 따라잡으려는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95년 사상 최대의 호황을 통해 메모리 대국의 기반을 마련했던 한국과는 달리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시작부터 「가격 급락」이라는 암초에 부딪히며 삐걱거린 것이 화근.
대만업체의 주력 제품인 범용 EDO램의 경우, 슈링크기술을 통해 저가화 전략을 펼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사의 벽에 부딪혀 설 자리를 잃었고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싱크로너스등의 고속메모리분야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그림자에 가려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만으로서는 메모리분야의 선행기술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었고 차세대 기술분야에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의 기술을 빼내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이번 사건에서 빠져나간 기술과 설계도면이 대부분 64M 싱크로너스 제품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문제는 난야사측에 유출된 정보가 어느 정도이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피해사인 삼성과 LG측은 공식적으로 일단 『핵심기술은 아니다』라는데 안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들이 대부분 기술 개발의 핵심부에서 제외된 인력이고 이들이 빼돌린 설계도면들 역시 대부분 지엽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대만측이 이를 즉각적으로 생산에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전체적인 설계도면은 극히 핵심적인 인력 몇명만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전반적인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LG반도체측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직 연구원들이 대부분 입사 4~5년정도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로 핵심적인 연구개발작업에 참여한 경험이 전혀 없다』고 핵심기술 유출의 가능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이미 일본업체로부터 기술전수를 통해 16M 및 64MD 분야의 기초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대만업체가 싱크로너스등 고속메모리 생산에 필요한 특정기술만을 선별적으로 가져갔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측도 적지 않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에 구속된 전, 현직 연구원 분포가 메모리 설계에서 공정 및 테스트 관련 전문인력까지 망라돼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유출 정보가 삼성측의 발표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이번 사건은 기술 유출에 따른 사태의 심각성보다는 최근 1~2년전부터 빈발하고 있는 대만업체들의 국내 반도체 관련 기술자 스카웃을 통한 산업 스파이활동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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