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저널리즘 시대를 여는 VJ

홈비디오로 불리는 8㎜ 소형 카메라의 개발 이후 전세계는 새로운 저널리즘시대를 맞고 있다. 8㎜ 카메라는 기자만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취재,보도의 영역을 과감하게 잠식하고있다.

미국 뉴욕의 거리에서 혼자서 카메라 앵글을 바라보며 열심히 말하는 사람을 보았다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뉴욕 1뉴스」의 VJ이다.

대부분의 공중파TV는 카메라맨,오디오맨,PD나 기자,아나운서 등 4∼5명이 한조가 되어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으나 VJ들은 혼자서 취재,기사작성,인터뷰,심지어 송출까지 도와주는1인 4역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92년 9월1일 개국한 지역뉴스 전문 케이블TV국 뉴욕 1뉴스는 20명의 VJ가 핵심요원이다. 20명의 VJ들은 뉴욕시내 5개 지국에 배치되어 정치, 의료, 건강, 시장, 경찰, 스포츠, 교통, 문화등 뉴욕시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사항을 취재한다.

뉴욕1이 VJ를 도입한 것은 부사장 폴 세이건씨의 건의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CBS기자 출신으로 에미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그는 타임워너에 스카웃되어 뉴욕1의 개국을 준비하게 되자 인건비 절약과 지역밀착형 뉴스의 제작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가볍고 작동하기 쉬운 소형 카메라의 등장은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이 많은 주부들에게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기회를 부여했다.

91년부터 로스앤젤레스의 주부들이 모여 취재활동을 시작한 CamNet가 바로 그것이다.이들은 매주 1∼2시간 정도의 프로그램을 제작,위성을 경유해서 전국 케이블TV국에 송출하기 시작했다.

주부들과 직장인들이 중심이 된 Deep Dish TV Network 역시 진실을 알리는방송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 각지의 2천여 VJ들이 13명의 지역대표를 선정하고,그들이 프로그램을 심의한다. 한 해 약 50여편의 프로그램이 위성을 통해 전국 케이블TV국에 공급된다.

94년11월에 개국한 영국 런던의 채널 원(Channel One) 역시 비디오저널리스트 30명에 의해 24시간 방송을 계속한다. 런던 최초의 지역뉴스전문 케이블TV국인 채널 원은 사건사고 속보 뿐만 아니라 오락, 스포츠, 교통정보, 토크 프로그램, PC정보 등 다양한 내용을 방송,50만 가구가 시청하고 있다. 채널 원의 VJ에게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취재할 때는 영상으로 80%를 말하고 20%는 효과적인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다.

츄리히의 Tele JULI(94년 2월 개국) 역시 지역뉴스 전문방송국이다. 오후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지역 밀착형 뉴스만을 전달한다. 19명의 VJ가 발로 뛰고 있다. 이들이 제작한 「마약의 현장」은 소형 카메라만이 취재가 가능한 특종 가운데 특종이었다. 마약 상습자들의 실상이 적나라게 방송되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마약퇴치운동을 전개하는 계기가 됐다.

95년 12월1일에 개국한 일본 도쿄의 지역뉴스전문채널 MXTV도 24명의 VJ에 의해 24시간 방송된다. 이들에게는 8㎜보다 획기적으로 화질이 개선된 6㎜ 디지털 카메라가 지급됐다. 이들은 공중파TV가 취재하지 않는 뉴스답지 않은 뉴스를 방송함으로써 도쿄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뉴스의 차별화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케이블TV국에 프로그램을 공급(PP)하는 아사히(朝日)뉴스타 역시 VJ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프리즘 2000」은 세계 각국의 VJ와 전속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뉴스를 공급받고 있다.

공중파TV인 가나카와(神柰川)현의 TVK도 VJ들의 작품만으로 편성된 「홈 비디오 뉴스」를 방송,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새로운 저널리즘 시대의 도래 요인을 요약하면 첫째,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특성이 21세기 멀티미디어 사회에 적합하다는 점이다. 특히 속보성에서 단연 앞서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앞으로는 한사람 또는 두사람만으로 운영되는 프로덕션이 각종 프로그램을 위성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송출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둘째는 전문지식을 가진 권위있는 비디오 저널리스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디지털 압축기술에 따라 5백채널까지 가능한 다채널 시대에 진입,전문채널의 프로그램을 충족시켜줄 전문가가 필요해졌다. 세째는 지금까지 방송국 프로그램 제작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으나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등장으로 경비절약형 방송시대가 가능해졌다. 방송산업계도 경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다. 네째는 다수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등장으로 다양한 여론 지도층을 형성,개성있는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그동안 말로만 무성하던 우리나라 케이블TV 방송국에서 효율적인 보도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지름길은 미국 뉴욕1과 같은 1인4역의 비디오 저널리스트 양성밖에 없다. 공중파TV와 같은 방식의 취재 보도는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金鍾文 케이블TV 전북방송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