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 건국대 의대 김수녕 교수

건국대 김수녕 박사는 1인 3역을 한다. 서울병원(구 민중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학교에 출강해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이자 교수로서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느끼고 있다.

이런 그가 가진 또 하나의 직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순전히 필요에 의해서 이 길로 접어들었다. 세미나를 준비중이던 지난 87년 김 박사는 통계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어 부정확하고 시일마저 오래 걸리는 그동안의 통계처리 방식에 만족할 수 없었던 그는 필요한 프로그램을 찾아 대학과 연구소들을 돌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통계 패키지의 불모지라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외산으로 고가인데다 명령어를 알아야만 이용이 가능했다. 게다가 대부분이 고급 이용자용으로 간단한 통계처리를 위해 이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은 「닭잡기 위해 도끼를 쓰는 격」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김 박사는 직접 통계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환자를 보면서 프로그램 개발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당시 논문을 준비중이었다. 병원 일과 병행하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개발에 들어가자 새벽 2시가 다 되어야 잠을 이루는 나날이 계속됐다.

이런 강행군 속에서 나온 성과물이 바로 「dBSTAT」. 비록 도스용 프로그램이지만 통계 프로그램들이 데이터를 입력하기 위해 키보드를 이용해야 하므로 별다른 불편함은 느낄 수 없었다. 김 박사는 dBSTAT을 흑백은 물론 컬러도 지원하도록 개발했다. 게다가 인공지능 기능을 갖고 있어 분석과 추론도 가능했다.

이 프로그램을 PC통신에 올렸을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감사의 전화가 왔다. 이 때의 흥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됐을 때 느끼는 기쁨 이상이었다.

자신도 dBSTAT을 이용해 많은 작업을 했다. 대한암학회지에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한 생존분석 프로그램」 등 관련논문도 쓸 수 있었다. 김 박사는 현재 대한 의학회 통계부문에 자문역을 비롯,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 겸 정보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프로그래머로서 자신을 평가해달라는 부탁에 그는 『별다른 감회는 없다. 그냥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보고 싶어하는 성격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며 올해 안에 윈도용 dBSTAT을 개발하고 영문버전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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