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PC 「파워 부팅」.. 달리는 사람을 잡아라

핸드PC, 개인휴대단말기(PDA), 오토PC, 팜PC, 전자수첩…….

소비자들을 혼돈에 빠뜨릴 만큼 각기 다른 이름과 모양을 취하고 있는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초소형 컴퓨터. 모두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컴퓨터로 시간과 공간에 별 구애됨 없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달리는 사람들을 잡아라.」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세계 유수의 전자 통신업체들은 이 초소형 컴퓨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네덜란드의 필립스를 비롯해 카시오, NEC, 히타치, 샤프, 컴팩, 스리콤과 영국의 피션 등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에 몰입하는 업체들이 수십개사를 넘어선다.

국내에서도 LG전자, 삼성전자, 제이텔을 위시해 다수 기업들이 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최적으로 꼽는 기능군을 찾기 위해 기업들마다 분주히 시장조사 작업을 진행중이며 이들로부터 다양한 전망치가 도출되고 있다.

「그리폰이 팜 파일럿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세계는 두 제품의 경쟁을 주목하고 있다.

「그리폰」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98동계CES에서 선보인 팜PC이고 「팜 파일럿」은 스리콤사가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PDA다.

수많은 제품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인의 시선이 특히 이 두 제품에 집중되는 까닭은 미래 초소형컴퓨터의 승자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그리폰은 윈도CE를 채용했다는 점에서 HPC(Handheld PC)와 맥락을 같이하나 그보다 작고 가격이 저렴함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반면 팜 파일럿은 PDA의 대표주자로 HPC의 요란함을 무색케 할 만큼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1백50만 소비자들이 이미 팜 파일럿을 선택했고 잠재고객의 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의 경쟁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윈도CE를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작과 역대 최고 인기 PDA간의 경합이기 때문이다.

팜PC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위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세계 유력업체들로부터 탄탄한 지지기반을 확보한 상태인데, 지난 동계CES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비롯해 카시오, 필립스, 파맥스, 에버렉스, 유나이덴 등 7개 업체가 시제품을 선보였다.

응용제품으로 자동차에 장착하며 주행중 필요한 여러 기능들을 제공토록 설계한 오토PC까지 공개돼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윈도CE의 위력과 팜PC의 열풍이 강력할 것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미 탄탄한 시장층을 확보하고 있는 PDA 제품군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상태.

팜 파일럿은 통신기능은 없으나 휴대성, 배터리 사용시간, 가격면에서 모두 사용자를 만족시켜 초기 PDA 시장 공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팜 파일럿의 성공에서 엿볼 수 있듯이 PDA의 경우 이것의 한 지류라 할 HPC나 팜PC와는 또 다른 기능적 유연성에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휴대전화와 결합된 소형컴퓨터부터 전자우편과 무선호출, 전자수첩 등을 선택적으로 조합시킨 제품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통신과 데이터의 호환성 및 무게, 크기, 가격 등 외형적, 기능적 차별요소를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2세대 HPC에 이어 그리폰을 서둘러 발표한 데에는 팜 파일럿과 같은 PDA의 아성이 그만큼 단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팜파일럿류의 PDA에 매료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이와 유사한 크기와 가격대, 외형이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다소 거세기는 하지만 세계 시장의 움직임만큼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PC사업의 사활을 건 듯 초소형 PC 개발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초소형컴퓨터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은 윈도CE를 채용한 HPC와 팜PC 제품군.

지난해 11월 윈도CE1.0을 채용한 핸드PC 「모빌리안」을 출시했던 LG전자는 현재 윈도CE2.0을 탑재한 2세대 핸드PC의 출시를 준비중이다.

LG전자는 상반기 중 대미수출을 추진하기로 한 데 이어 윈도CE2.0의 한글화가 끝나는 오는 7월 이후에는 국내 출시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네덜란드 필립스와 제휴를 통해 지난 동계CES에 팜PC 「인포기어」를 공개했던 삼성전자도 오는 5월부터 이 제품의 국내 판매를 시작, 시장을 주도해 나갈 방침이다.

팜PC의 응용모델인 오토PC의 경우 삼성전자와 대우통신, 현대전자가 개발을 진행중이다.

국내 PDA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이동전화와 같은 통신기능이 강화되고 단순한 전자수첩을 한 단계 뛰어넘은 통신기능컴퓨터가 부각되고 있다.

LG전자가 올 1, 4분기 중 디지털휴대전화와 컴퓨터를 결합한 디지털 PDA를 출시할 계획이며, 삼성전자가 오는 3월부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셀룰러 방식의 「인포모빌」을 판매할 방침이다.

또 PDA 개발자들을 주축으로 지난해 창업한 제이텔은 초소형 컴퓨터에 휴대전화와의 연결기능만을 첨가시켜 경제모델로 설계한 「인터닉스」를 개발, 올 하반기부터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초소형컴퓨터 시장을 둘러싸고 국내외적으로 이처럼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는 것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승자를 판가름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상품화되지 않은 시제품들이 많아 출시시기와 가격 등 변수가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품별 특징과 기능적 차별화를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느냐도 성공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초소형컴퓨터 제품들을 바라보는 소비자들 앞에서 누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칠지도 지켜볼 일이다.

【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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