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전자상식] CDA

언론의 자유를 완벽히 보장하고 있다는 미국에서조차 인터넷상의 외설물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성인들의 「볼 권리」도 중요하지만 넘쳐나는 외설자료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사이버 패트롤, 서프워치 등 외설정보 차단기능을 갖는 소프트웨어들이 개발되는가 하면 인터넷 등급제도 거론되고 있다. 영화처럼 인터넷 콘텐츠도 등급을 정해 미성년자를 성인물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따진다면 미국에서 외설자료 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 끝이 났어야 한다. 96년 인터넷에서 외설자료 전송을 금지한 바 있는 이른바 통신품위법(CDA)이 대법원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CDA를 둘러싸고 언론 자유를 수호하자는 측과 미성년자를 보호하자는 측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미성년자 보호를 주장하는 학부모 단체들의 격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CDA는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고 폐기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인터넷이 포르노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외설자료 천국이 되면서 다시 한번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인터넷이 다른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 「인터넷=포르노」라는 등식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터넷에 범람하는 외설자료는 미성년자 보호가 시급하다는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전에 CDA에 반대했던 인터넷업계와 시민단체들이 외설자료 차단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마냥 방치할 경우 인터넷을 외면하게 되고 이는 인터넷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뒷받침하듯 새로운 CDA도 제기됐다. 이전 법안처럼 포괄적이지 않고, 외설정보 제공자 등 구체적인 처벌 범위를 정한 새 법안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성년자들을 외설자료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성인 사이트의 유료화를 들고 있다. 돈이 없는 미성년자들이 돈을 내고 사이트에 접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무료 정보제공자들도 계속 늘고 있어 이 방법이 실효를 거두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결국 별다른 차단방법이 제시되지 않고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한 인터넷 외설자료는 성인들의 볼 권리인 동시에 미성년자들에게 끊임없는 탐험욕을 일으키는 미지의 세계로 남을 전망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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