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는 열대어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수입 초기에는 아마존강 같은 열대어 서식지에서 산 채로 운반하는 데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긴 여행을 끝내고 국내에 도착해 보면 처음 탱크를 채웠던 열대어 중 남아 있는 숫자가 절반에 불과한 것이 문제였다. 여러번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죽는 숫자를 줄이려고 운반용 물탱크에 첨단 설비를 갖추고 현지와 거의 같은 환경을 유지해도 그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열대어 수입업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태학자에게 의뢰를 했고 얼마후 재미있는 결론이 내려졌다. 열대어를 운반하는 탱크 속에 현지에 살고 있는 열대어의 천적을 함께 넣어두라는 것이었다. 천적을 넣으면 오히려 다 잡혀 먹힐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수입업자는 생태학자가 시키는 대로 열대어들의 천적을 함께 넣어 운반해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국내에 도착한 탱크 속에는 대부분의 열대어가 살아 있는 것이었다. 같은 환경이라도 열대어들은 천적에게 언제 공격을 당할지 몰라 늘 긴장하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운동을 하게 됐고 현지에서와 같은 건강한 상태로 국내에 상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IMF 한파로 인해 연일 수백개의 기업이 쓰러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벤처형 컴퓨터 및 정보통신 기업들이 맥을 못추며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멀티미디어시장의 평정을 꿈꾸며 뛰어들었던 꿈 많은 젊은 기업인들이 사업을 접어야 했고 남아 있는 기업들도 결코 안심할 상황이 되지 못한다. 앞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지난 역사를 한번 돌이켜보자. 과거 보릿고개가 있었을 때는 그를 넘기기 위해 웬만한 고생은 모두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살아남기 위해 배고픔을 참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 속에 파묻혀 지내는 것이 생활화돼 있었다. 그러한 시기를 겪어왔던 원로 기업인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늘 대처하는 자세로 경영에 임해왔다.
근검과 절약이 몸에 밴 것이다. 구멍이 난 양말을 아무렇지 않게 신는가 하면 양복 한 벌로 20여년을 지내온 그룹 회장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긴장하고 위기의식을 갖고 임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많은 젊은 기업이 보릿고개를 경험하지 못했다. 위기대처능력을 키울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표현이 오히려 적합한 듯하다. 지금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값진 체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것을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IMF라는 거대한 파도는 오히려 우리 모두를 단결시키며 위기극복능력을 가르쳐주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 IMF를 슬기롭게 극복한 기업이라면 앞으로 이어질 어떤 고난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코리아실렉트웨어 대표 박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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