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소년 루도빅에게 「장미빛 인생」이란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한 채 파티에 나가도 아무도 구박하지 않는 삶이다. 좋아하는 남자 친구와 키스를 하는 것이 왜 잘못된 일인지 그로선 알 수 없다.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나의 장미빛 인생」은 성(性)의 정체성에 대한 편견과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남과 다르다」는 것을 당신은 얼마나 인정할 수 있는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지만 이 영화는 신인감독의 동화같은 상상력이 결합되어 풍성한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브뤼셀의 작은 마을. 새로 이사 온 루도빅가족의 파티가 열린다. 한창 흥이 오를 무렵 루도빅이 엄마의 빨간 하이힐을 신고, 누나의 원피스를 입은 채 나타난다. 립스틱을 바르고 미소를 짓고 있는 루도빅은 의심할 바 없는 예쁜 딸이다. 가족과 마을사람들은 경악하지만 루도빅은 하나님의 작은 실수가 자신을 남자로 태어나게 한 것이라 굳게 믿고있다. X염색체 하나가 굴뚝에 걸려 쓰레기통에 빠지지만 않았다면, 옷을 적시지 않고 앉아서 오줌을 눌 수 있는 자신을 남자로 태어나게 했을 리가 없다는 것.
그러나 세상은 「치마 입는 소년」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아버지 직장상사의 아들인 제롬과 모의 결혼식을 올린 일이 알려지자 마을사람들은 그를 「변태소년」 이라는 추문으로 몰고 간다. 급기야 학예회가 열리는 날 루도빅은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백설공주로 출연하는 여자아이를 화장실에 가둔 채 공주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이 일로 인해 아버지는 직장을 잃고, 주민들의 진정서가 날아들자 루도빅 역시 학교에서 쫓겨난다. 루도빅의 부모는 「아들」을 찾기 위해 정신병 치료를 받게 하고 축구팀에 가입시키지만 결과는 언제나 실망을 줄뿐이다.
부모가 선택한 최후의 수단은 루도빅의 긴 머리를 자르는 것. 가족의 원망과 친구들의 놀림으로 인해 루도빅은 점점 더 큰 소외감을 느끼고 궁지에 몰린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할머니와 팜 인형. 팜이 사는 동화의 나라에는 그를 비난하거나 못살게 구는 그 어떤 장애물도 없다. 결국 루도빅은 「화해」를 위해 가족과 함께 이사를 하고 그곳에서, 「남자 같은」 왈패 소녀 크리스틴을 만난다. 「남자 같은 여자」에 대해선 관대하지만 「여자 같은 남자」에 대해선 질타하는 우리사회의 편견이 이 영화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루도빅역의 조르주 뒤 프레슨의 천연덕스럽고 깜찍한 연기와 시나리오를 풀어 가는 자유로운 감각이 이 영화의 생명이다. 성장영화에서 흔히 보여지는 가벼운 재미와 사회의 편견에 대한 의문을 짓궂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깊이가 함께 있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많이 본 뉴스
-
1
삼성,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예고…'소부장 원점 재검토'
-
2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5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6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7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8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9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10
헌재, "尹 두번째 탄핵 재판은 1월3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