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영공의 항공기 운항 안전을 책임질 대구공항 신항공교통관제시스템(ACC) 프로젝트 사업이 1차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성SDS가 최근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중도 포기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삼성SDS는 당초 이번 대구공항ACC 프로젝트를 3백90억원에 입찰해 기술평가심사에서 1차 협상사업자로 선정됐으나 환율폭등으로 인해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협상을 포키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발주처인 건설교통부 항공교통관제소측은 현재 2차 협상대상자인 현대정보기술과 기술 및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성사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는 수주 예정가격인 3백35억원보다 무려 60억원이 높은 3백96억원에 응찰한 삼성SDS가 채산성을 못맞춰 포기하는 마당에 3백24억원을 써낸 현대정보기술이 이 사업을 감당하기에는 무리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SDS측이 당초 입찰때 달러 대비 기준환율은 9백12원 정도. 그러나 현재 환율은 이의 두배가 넘는 1천7백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삼성이 외국 협력선인 록히드마틴에 기술료로 지불키로 한 2천만달러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응찰 당시에는 2백억원에 못미쳤지만 이제는 수주금액 모두를 외국 협력선에 내줘야 할 판이다. 이런 상태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아무리 기술축적을 위한 사업이라 해도 최소한의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삼성SDS의 한 임원은 『외형보다는 내실경영을 위주로 사업조정을 해나간다는 올 사업계획 취지에도 벗어나는데다 당분간 환율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같은 환경 때문에 업계는 2차 협상자로 나선 현대정보기술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백24억원에 응찰한 현대정보기술이 기술협력선인 미국 레이티온사에 지불해야 할 금액도 거의 2천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럴 경우 현대 역시 현재 환율을 고려할 때 수주금액 전체를 레이티온사에 고스란히 바쳐야 한다.
현대정보기술의 한 임원은 『현재 협력사인 레이티온과의 가격조정은 물론 대구공항측과도 불요불급한 장비를 뺀 적정시스템 운영을 위한 적극적인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또 2백78억원으로 응찰한 3차 협상자 금호텔레컴휴즈 컨소시엄에 사업수주를 기대한다는 것은 더더욱 무리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결국 현재 상황으로는 3개사 모두 대구공항 ACC프로젝트를 수행키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10∼20%의 손실이라면 떠안고 해볼 수 있겠지만 현재 환차손 수준이라면 수주업체는 적어도 1백억원 이상의 손해를 봐야 한다』고 전제하며 『그렇다고 국내 전영공을 책임질 대구공항의 ACC시스템을 가격에 맞춰 부실하게 구축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발주자와 수주자간 진지한 해법마련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외자 도입분에 한해 발주처가 달러로 지급하는 방법 등을 물밑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특히 이번 사건이 비록 환율폭등으로 야기됐지만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국내 선발업체들이 수주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그동안 성행해온 저가입찰의 관행이 없어지기를 기대하는 눈치여서 주목된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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