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TV제조업체들이 V칩 적용을 연기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어린이 시청자를 TV 폭력이나 섹스에서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의 첨병인 V칩의 TV 내장 계획이 미국정부의 생각만큼 손쉽고 간단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앞으로의 전개방향이 주목된다.
미국내 TV제조업체들은 등급제가 아직 완벽하게 정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V칩을 내장하는 법적시한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V칩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 표준화된 기준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어 새로 생산하는 TV에 V칩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는 시한을 99년 말까지 연장해줘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주장하는 상황이다.
미국내에서 V칩의 설치논의는 95년말 새로운 통신법 제정과 함께 본격화됐으며 미국의회는 당시 이 문제를 FCC에 넘겨 V칩 실행을 현실화할 세부조항을 제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움직임만을 보면 V칩 의무내장은 아무래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FCC가 세부조항을 검토해 V칩 표준화 방안과 실행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같은 상세계획은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FCC의 계획은 오는 7월부터는 모든 TV생산업체가 V칩을 새로운 제품에 장착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FCC가 이 계획의 변경의사를 보인 적은 없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프로그램 등급제가 변화됐다는 점은 TV생산업체를 고무시키고 있다. 기존 등급제에 몇가지 프로그램 정보를 더해 제공한다는 새로운 제도로의 변화에 TV생산업체들은 도무지 채택해야 할 V칩 방식의 방향을 잡지 못하겠다고 아픈 소리를 거듭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프로그램 등급제에 맞춘 V칩 내장방식 개발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프로그램 등급제도가 앞으로도 더 변할 수 있다는 점을 TV생산업체들은 강조하고 있다. 지난 여름의 프로그램 등급제 변화는 V칩 내장 디자인 수정과 새로운 디자인 개발을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프로그램 등급제와 V칩의 기술적 표준화가 최종적으로 정리되기 전에 V칩을 새로운 TV에 내장한다는 것은 상당히 성급한 조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론적으로는 현재 방송사들이 내보내고 있는 등급제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V칩을 조정해 내장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 문제는 이론적인 설명처럼 간단하지 않다.
우선 제조업체측에서는 V칩과 관련된 기술을 더욱 개발해야만 TV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때그때의 프로그램 등급제에 대응하다보면 경제적인 최적의 솔루션 제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직 여러 단계에 걸친 기술적인 측정과 검사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또한 충분한 검사와 연구를 거치지 않으면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기 위한 필수요소인 간명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반 시청자들에게 있어서는 리모컨 버튼을 한번 누르느냐 두번 누르느냐 하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TV제조업체들은 FCC가 V칩 설치에 관한 표준조항을 발표하는 대로 그 표준에 맞는 별도의 세트톱박스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별도의 세트톱박스가 상용화될 경우 시청자들이 새로운 TV의 시판을 기다리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으로 V칩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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