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8 영상산업 쟁점 (3);비디오 가격인상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가격인상 방침은 자신들간 과당경쟁으로 치솟은 판권료 상승분을 고스란히 대여점에다 전가시키겠다는 것 아닙니까. 절대로 수용할 수 없습니다』

서울 상계동에서 중급 규모의 비디오숍을 경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그렇지않아도 어려운 IMF시대에 프로테이프 가격마저 덩달아 인상된다는 소문이 일자 제일 먼저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경영행태를 꼬집고 제작사들의 가격인상 방침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 대신동에서 2개의 비디오 숍을 경영하고 있는 조모씨도 『프로테이프 가격을 인상하면 대여료도 인상해야 하는데 현재 대여시장 상황이 그러한가. 한 마디로 문을 닫으란 얘기다』며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가격인상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비디오숍들의 이같은 거친 목소리들은 다름아닌 작년 말 프로테이프 공급가격을 평균 40∼50%정도 인상하겠다는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방침을 두고 하는 말이다. 비디오숍들은 이같은 가격인상안이 현실로 다가올 경우 아마도 4천∼5천개 중소 비디오숍들은 곧 문을 닫아야할 처지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한다. 더욱이 대여료 덤핑경쟁으로 하루하루를 근근히 버티고 있는 일부 비디오숍들은 프로테이프 제작들의 가격인상 방침이 구체화되자 『전업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괴감까지 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세음미디어, 스타맥스, SKC, 디지탈미디어등 주요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은 비디오 판권료 폭등과 환율 및 인건비 상승등으로 더 이상의 가격동결이 어렵다면서 이달안에 프로테이프 가격인상을 강행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제작사는 기존의 개봉작, 미개봉작으로 나눠져 있는 프로테이프의 공급가격을 A,B,C등 3등급으로 세분,개봉작 중심의 A급작의 경우 3만3천원(부가세 포함),B급작품은 2만2천원대,미개봉작 및 마니아용 작품은 C등급으로 해 1만5천원선에 판매하겠다는 것. 평균 40%의 가격이 인상되는 셈이다.

프로테이프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판권료 상승과 물류비를 포함한 인건비 상승등 그동안의 프로테이프 가격인상 요인에도 불구,지난 92년 4월 이후 6년간 한번도 프로테이프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으나 최근의 환차손으로 더 이상의 경영손실을 감내하기가 힘들게 됐다』며 가격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가격 인상안에 대해 불가피성은 인정하면서도 인상폭이 너무 크지 않느냐는 업계의 지적이 적지않아 가격 인상폭은 상당히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가격인상의 주된 요인이 판권료라면 판권료 폭등에 대한 상당한 책임은 제작사에게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프로테이프제작사들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가격인상폭을 일정부문 양보하라는 비디오숍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협상에 응하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따라 비디오숍을 대표한 영상음반유통업협회(회장 최영진)는 최근 프로테이프제작사협의회(대표 강상수)와 잇단 회동을 통해 가격인상폭과 인상시기등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작사들이 주장하는 3등급안은 수용하되 인상폭은 대폭 하향 조정하는 쪽으로 협상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비디오숍들을 비롯한 중소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은 제작사협의회가 주장하는 3등급 구분에 의한 가격인상안은 프로테이프 흥행의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비디오 메이저사들만 배불리는 개악이 될 수 있다면서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등급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받을 수 없으며 기준을 나름대로 마련한다 하더라도 그 기준이란 것이 결국은 극장 개봉작 여부등 과거 거품경기때의 모순을 그대로 답습할 게 뻔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정히 3등급으로 구분,가격을 책정한다면 우리영화에 대한 등급 배려와 메이저사작품에 대한 엄격한 등급 책정등의 조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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