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동남아위기 대책 부심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 일부 국가들의 외환위기가 모라토리엄(재무지불유예)선언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임에 따라 그동안 인도네시아에 대단위 투자를 해왔던 전자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전자 3사는 최근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통화가치 폭락사태가 계속됨에 따라 향후 투자문제 및 현지 법인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 정부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외국합작기업들의 합작선에게 기업인수를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사업축소 및 투자중단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게 새로운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2개의 합작법인과 태국에 1개의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들 3개사의 연간 매출이 4억달러에 이르는 등 큰 폭의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일단 1차적으로 생산량을 1520% 정도 축소키로 했으며 이들 현지생산법인에 공급되는 부품들의 공급도 당분간 줄여나가기로 했다.

또한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에서의 수출도 잠정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지생산법인들에 대해서는 경영견실화와 함께 생산제품의 현지판매보다는 수출로 전환해 나가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에 3개, 태국에 2개의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LG전자도 추가투자에 대한 전면 재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인도네시아를 생산거점으로 활용키 위해 지난해까지 총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해온 LG전자는 오는 2000년까지 2억달러의 추가투자계획을 보류키로 했으며 동남아 통화위기를 계기로 동남아거점을 올해 승부시장으로 선정한 인도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냉장고 및 컬러TV, 세탁기생산을 위한 2개의 합작법인을 설립한 대우전자는 우선 부품을 현지생산제품으로 충당해 가격경쟁력을 확보, 현지기업들의 연쇄부도로 나타난 틈새시장을 공략해 간다는 적극적인 위기타개전략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또 이들 지역에 대한 추가투자에 대해서는 전면재검토에 들어간다는 기본 방침 아래 올 연말 가동예정으로 현재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에 대한 4천만달러의 추가투자에 대해서도 조만간 대책회의를 열어 투자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추가투자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태국정부가 기업을 살리기 위해 합작선들에게 기업을 강제적으로 떠넘기려 하고 있어 현지에서 사업을 계속 벌여야 하는 국내 기업의 입장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있다』고 밝혔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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