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60억달러」. 지난 한해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업계의 총 수출액이다. 이 수치는 전체수출액 1천4백억달러의 18.6%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부품은 수출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부품업체들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부품업체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거나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컴퓨터헤드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올라선 태일정밀그룹과 PCB업체인 이지텍 등 중견부품업체들이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아울러 PCB업체인 동명전자를 비롯해 저항기업체인 유현전자와 삼덕전자, 안정기업체인 라이텍전자 등 중소전자부품업체들도 모두 부도의 고비를 못넘겼으며 한진인쇄는 컨덴서사업에서 철수했다.
외환위기로 촉발된 IMF시대에서도 부품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전자조합의 한 관계자는 『중소업체 사장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회사를 경영해 나갈 수 없다」는 하소연만 연발하고 있다』고 들려준다.
「환율급등」 「자금시장경색」 「경기침체」 등 삼중고로 인해 부품업계의 입지는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실세금리가 30%에 육박하는 고금리에서 중소 부품업체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형편이다. 중소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견딜 수 있는 금리는 14∼15%가 최대한』이라면서 『20% 이상의 고금리로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하면 한푼의 이익도 낼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전자부품업계는 벼랑끝에 서있다. 삐끗하면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여기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밀어닥치고 있는 IMF의 파고를 넘으려면 기본기부터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 브라운관업체인 오리온전기의 김영남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요행과 요령을 바라는 자세로는 오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면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에 주력, IMF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종합부품사인 삼성전기의 이형도 사장은 『동남아보다 미주나 구주시장을 타깃으로 수출이 가능한 제품은 모두 수출해서 단 1달러라도 외화를 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품업계는 단기적으로 IMF의 위기를 대처하면서 얼마 남지않은 21세기도 준비해야 한다. 이점에서 삼성전관 손욱 사장의 신년사는 설득력을 갖고 있다.
손 사장은 『초일류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체질을 바꿔야 한다』면서 『임직원의 한사람 한사람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전사원의 프로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부품업계는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추진,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워 나가야 할 때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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