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도사」지만 학교성적은 형편없는 「괴짜」들도 대학에 갈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최근 각 대학들이 잇달아 정보화 특기생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화 특기생은 수능이나 내신성적이 아니라 컴퓨터 활용이나 프로그램 작성 등 정보화 능력을 중심으로 선발, 입학이 허가되는 학생이다.
지난해 과학기술대와 숭실대, 상지대가 이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98학년도 대학입시부터는 연세대와 건국대도 신입생의 일부를 정보화 특기생으로 충원키로 했다.
연세대는 올해 실기전형 학과를 제외한 전학과에서 특차정원의 10명 내외를 정보화 특기생에 할당했으며 건국대는 서울캠퍼스 모집정원중 20명을 정보화 특기생으로 선발했다.
정보화 특기생으로 선발되려면 국제정보올림피아드나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등 컴퓨터 관련 주요 대회에서 입상경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실기시험을 치르거나 일정 수준의 수능시험 또는 내신성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제도의 도입은 성적이 아니라 정보화도 중요한 수학능력임을 대학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정보 인재를 기르는데 학교 성적보다 정보 분야의 학습능력을 우선하겠다는 「실사구시」 정신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국민학교나 중학교 시절 아무리 컴퓨터에 좋아했더라도 고등학교에만 진학하면 PC를 책상에서 치워야 했다. 자녀들의 컴퓨터 사용을 대견해하던 부모들도 막상 수험생 부모가 되면 컴퓨터를 공부의 장애물로 간주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눈앞에 다가온 대학입시는 교과성적이 모든 것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실정 때문에 「한국의 빌게이츠」를 꿈꾸던 새싹들의 꿈나무들의 희망이 피지도 못한채 꺾이는 일이 적지 않았다. 또 기업들은 기업대로 대학이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해왔다.
이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뛰어난 정보화 능력을 갖춘 인재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대학의 정보화 특기생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 보다는 운영의 합리성에 보다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PC활용대회에 입상한 사람 몇명을 선발하는 것만으로는 정보인력 양성의 의미를 살리기에 부족하다는 것.
『컴퓨터에 재능이 있는 전문가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실기 시험실시와 다양한 경력 인정외에 면접 강화 및 추천제 활용 등 보다 유연한 입시제도의 운영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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