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IBM-HP, 전자상거래 "패권 다툼"

IBM과 휴렛패커드(HP)의 주도권 다툼이 컴퓨터에서 전자상거래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IBM이 독주해온 전자상거래분야에 HP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두 업체간 경쟁이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전자상거래시장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퀘스트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오는 2001년 전자상거래시장은 2천5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광속거래(CALS)나 전자문서교환(EDI) 부문 등을 포함할 경우 이 시장은 가히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게 된다.

경쟁은 IBM이 독주해온 전자상거래시장에 HP가 가세하면서 시작됐다. 어떤 시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운용체계나 반도체 같은 컴퓨터분야에서 선발업체의 프리미엄은 매우 크다.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전자상거래시장이지만 향후 잠재성을 감안하면 시장 선점의 이점은 비단 정보기술업계뿐만 아니라 어느 업계와 겨루어도 적지 않을 게 분명하다.

IBM은 컴퓨터 부문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대 업체로 이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 부문 패권을 노려왔다. IBM은 전자상거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비롯, 확고한 대금결제 인프라를 갖고 있다. 루이스 거스너 회장이 IBM의 업체명인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을 Internet Business Machine이라고 부르길 희망한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만큼 IBM은 인터넷, 그중에서도 특히 상거래 부문에 치중하고 있다.

IBM은 상거래관련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마스터, 비자 등과 신용카드 거래 국제표준인 SET를 기반으로 하는 대금결제 부문만큼은 다른 업체들이 쫓을 수 없는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뒤늦게 출발한 HP는 베리폰사 인수 이후 이 분야에서 IBM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진작부터 전자상거래 부문에 관심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있었던 베리폰 인수가 전자상거래 부문을 겨냥한 HP의 최초의 움직임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베리폰의 인수로 HP는 상거래 부문에서 상당한 중요성을 갖는 대금결제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HP는 대금결제, 상거래, 스마트카드 부문 등으로 나누어 공략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핵심에는 머천트서버 부문에서 행해지는 개방형 전략이 있다. IBM이 「e틸」이라는 독자 머천트서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반해 HP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넷스케이프 등과 제휴를 통해 이들 제품과의 호환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개방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HP는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많은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 위의 업체들은 물론 네트워크 부문 최대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스와 제품을 통합, 원스톱 쇼핑환경 구현에 주력해왔다. 이밖에 일렉트로닉 데이터시스템스와도 제휴를 맺고 개방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HP는 컴퓨터시장에서의 2인자 설움을 전자상거래시장에서는 털어버린다는 결심으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M과 제휴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어떤 업체와도 제휴를 시도하겠다는 HP의 발표는 전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까지 업계에서는 IBM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IBM은 확실히 가장 탁월한 상거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이고 HP보다도 상당히 앞서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인 현단계에서의 우세가 계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IBM이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다른 업체들과의 제휴에 적극 나설 것을 충고한다. IBM이 OS/2에서 경험한 바 있는 좌절을 전자상거래시장에서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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