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시점정보관리(POS)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유통정보시스템 시장은 올해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0년대 말 국내 유통업계에 처음으로 공급된 이후 해마다 30∼40% 이상의 급속한 판매신장세를 거듭하면서 유통업계의 정보화를 주도해오던 POS시스템의 경우 올해 시장규모는 지난해 수준에도 훨씬 못미치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는 지난해 불어닥친 유통업계의 부도 회오리와 최근 들어 불거진 IMF 구제금융 여파로 유통업체들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경색되면서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대규모 시스템 수요를 유발하는 대형 유통매장의 신규 출점이 뚝 끊기거나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추진됐던 기존시스템 교체 프로젝트마저도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의류나 제화, 외식 등 일부 전문체인점을 위주로 지난 96년부터 일기시작한 POS시스템 도입붐도 지난해 말부터 한풀 꺾이고 시스템 공급업체들이 공급가를 환율변동분만큼 인상해 공급할 계획이어서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스템 공급업계는 이에 따라 올해 POS시스템을 포함한 유통 시스템통합(SI) 시장규모를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며 환율이 안정되는 올 하반기 이후에 가서야 어느 정도 수요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올해 시장규모를 지난해 약 1천2백억원대로 추정되는 시장규모보다 못한 7백억∼8백억원대를 밑돌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POS 터미널시장의 경우 지난해 9천5백여대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인 6천5백여대 공급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시장전망은 유통 SI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화점업계가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펼쳤던 신규 출점을 위한 투자를 줄줄이 미루고 있는 데다 유통업에 신규로 참여하려던 대기업들마저도 사업을 연기하거나 포기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올 한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부도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외국 유통업체들의 국내시장 진입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유통업계의 구조조정 영향으로 정보시스템시장이 큰 폭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던 고객관리정보시스템, 데이터웨어하우징, 스마트카드시스템 등과 같은 전략적 정보시스템 구축사업마저도 유통업체들이 아예 포기하거나 경제가 호전될 때까지 무기한 보류하고 나섬에 따라, 유통관련 솔루션시장도 기대만큼 활발하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스템 공급업체는 올 한해 동안 슈퍼마켓 위주의 POS시스템 공급은 상대적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IMF 한파로 백화점과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보다는 상대적으로 슈퍼마켓 등 중소형 매장의 경기가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당분간은 POS시스템도 고가의 고기능 제품보다도 저가 위주의 제품이 주종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슈퍼마켓 등 영세 유통점 위주의 POS시스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POS 터미널보다 상대적으로 저가이면서도 POS기능과 신용카드 조회기능 등을 갖추고 있는 금전등록기 시장도 점차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대두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유통정보시스템 시장에 대해 『지금 당장 올 한해의 시장규모를 예측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더러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다만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예측되는 3월 이후에나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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