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SMS 전격 매각」 배경]

삼성전자가 6일 미국 현지 자회사인 삼성마이크로웨이브세미컨덕터(SMS)를 전격 매각키로 결정한 것은 최근 D램 가격 폭락과 IMF사태로 인한 자금 경색이 직접적인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그룹이 5일 해외 현지공장의 가동률을 30~40%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는 충격요법을 발표한 것과 이번 SMS 매각 결정이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국가와 기업의 국제 신용도 하락으로 해외로부터 조달할 수 있는 돈줄이 막히면서 해외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교통정리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추측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SMS 처분이 해외 한계 사업을 대폭 정리하겠다는 그룹차원의 의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미시적인 시각으로 접근해보면 SMS의 매각의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돼 왔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당초 SMS는 그동안 메모리 등 실리콘제품위주 사업에서 탈피해 반도체 사업범위를 넓힌다는 측면과 향후 통신을 이끌어 나갈 무선통신 부문을 육성한다는 의미에서 인수 초기부터 반도체 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다.

SMS의 전신인 HMS사를 인수했던 93년 당시만 해도 이 회사는 화합물반도체의 설계에서 부터 공정, 조립, 검사에까지 이르는 일관공정 시설을 갖추고 주로 FET, MMIC를 비롯한 군사, 우주항공, 무선 통신용 제품을 중심으로 연간 1천만달러 내외의 매출을 올리는 유망업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D램에 편중돼 있는 국내 반도체 산업 구조를 개선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다.

하지만 화합물 반도체, 특히 갈륨비소 반도체 분야에 핵심기술과 핵심인력을 활용해 화합물 선진업체로 도약하려던 삼성전자의 계획은 고급인력의 유출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으면서 어그러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반도체 업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생산 시설만 남은 껍데기회사 만을 인수한 셈이 되버린 것이다.

최근까지도 SMS는 당초 삼성이 기대했던 첨단 화합물 반도체 개발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산 품목도 전력 FET, TV용 튜너, PCS용 튜너는 기대 이하의 저급제품으로 이루어지면서 단순한 생산기지 이상의 역할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리콘 반도체 분야의 기술 개발이 급진전되면서 화합물 반도체 분야의 영역이던 초고주파용 분야의 진출이 가속화돼 화합물 반도체 시장이 예상보다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SMS의 사업 부진을 불러온 요인의 하나로 보인다.

어쨌던 이번 삼성전자의 SMS 매각은 최근 기지개를 펴고 있는 국내 화합물 반도체산업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최근 수년간 유행처럼 번진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M&A 활동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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