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프로그램 수입 거품 제거

IMF시대를 맞아 국내 방송사들이나 케이블TV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수입해오고 있는외국 프로그램의 거품이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

국내 방송사들의 외국 프로그램 수입액은 최근 몇년 사이 급증 추세를 보여왔다.

KBS의 경우 지난 93년 8백75만5천달러(1천8백73편)에 불과했던 외국 프로그램 수입액이 지난 96년에는 1천5백41만5천 달러(2천 47편)로 증가했고 작년에는 8월말 현재 1천2백90만달러(2천1백55편) 상당의 외국 프로그램을 수입했다.

MBC도 지난 96년 6백47만달러(5백30편)의 외국 프로그램을 수입했으며 작년에는 8월말 현재 전년도 수입액을 상회한 6백81만5천달러(6백46편)어치의 프로그램을 수입한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TV사의 경우 DCN, 캐치원등 영화 전문 채널등의 외국 프로그램 수입 비율이 높은편이다.

물론 외국 프로그램의 수입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내 시청자들에게 외국의 우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요인이 오히려 많다.

그러나 외국 프로그램 수입시 발생하는 「거품」을 IMF시대를 맞아 빠른 시일내에 제거해야 한다는게 방송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외국 프로그램중에서도 현재 가장 눈총을 많이 받고 있는 분야가 외화다. 방송사들간에 과당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외화 수입 가격이 국제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이다.

케이블TV 가입자수에 따라 프로그램의 구입 비용이 영향을 받는 케이블TV의 경우는 아직가입자수가 많지 않아 일부 흥행 대작이나 우수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외국 프로그램 수입시 들어가는 판권 구입 비용이 지상파방송 보다는 훨씬 낮은 편이다.

그러나 지상파TV의 경우는 그동안 방송사들간에 과당 경쟁을 벌인 탓에 시청자 규모나 소득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은 가격에 메이저 영화를 사들여 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내 방송사들은 「쥬라기 공원」(80만달러),「포레스트 검프」(60만달러)등 흥행영화를 메이저 영화사로부터 국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수입해 왔다. 흥행 대작을 사오기 위해 저급영화까지 패키지 형식으로 들여온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송계 관행을 타파해야만 비로소 외국 프로그램 수입을 둘러싼 거품 현상도 사라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현재 방송사들은 IMF구제금융을 계기로 고가의 메이저 영화 수입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으며 케이블TV사들도 환율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며 당분간 외화의 수입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연말 방송협회는 올해 방송광고 시장이 매우 불투명하고 메이저 영화사들에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높은 현실을 감안해 고가의 외화 수입을 자제하고 국산영화 1편을 증편한다는 내용의 IMF공동대응 방안을 결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결의에도 불구하고 외화 수입을 둘러싼 방송사간의 과당 경쟁이 불식되지 않는한 외화 수입의 거품은 결코 사라지지않을 것이라는게 방송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방송사들과 케이블TV사들이 예산 삭감,조직 개편등 강도 높은 구조 조정 계획을 통해 위상을 재정립하는것 못지않게 외국 프로그램의 거품을 제거하는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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