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그동안 국내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굳게 잠갔던 빗장을 올해부터는 풀어야 한다. 산전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의 보호막에 힘입어 지켜왔던 내수시장에서 거대한 외국기업과 혈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올 한해는 그 어느때보다 협회나 조합 등 각 단체의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IMF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각 단체장들의 신년 구상을 들어본다.
<편집자>
전기공업협동조합 이용희 이사장
『여타 산업체도 마찬가지겠지만 전기 관련업체도 올 한해 동안 엄청난 시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조합에서는 전 임직원을 세일즈맨화해 보다 많은 조합원사가 생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입니다.』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용희 이사장은 비장한 각오로 새해 조합 운영방침을 밝히며 장기적인 자구책 마련에 주력하겠다고 밝힌다. 특히 조합원사의 사활이 걸린 단체수의계약을 확대하는 한편 단체수의계약 제도 폐지에 대비, 향후 대책마련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단체수의계약 품목지정을 둘러싸고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일부 전기관련 품목의 경우 가까스로 대상품목에 해당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단체수의계약 제도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 이사장은 IMF한파가 전기공업계에도 밀어닥칠 것으로 보고 올해 단체수계 목표를 지난해의 2천6백억원보다 4백억원이 적은 2천2백억원으로 잡았다. 한전을 비롯한 통신공사, 주공, 가스공사 등 주요 수요기관들의 사업계획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감량경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제적인 추세는 단체수의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합은 단체수계 폐지에 대비해 조합원사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해줄 생각입니다.』
이 이사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말 구축을 완료한 전기산업정보망을 각 조합원사가 최대한 활용토록 촉구하는 한편 올해 이 정보망을 유관기관 및 단체와 연계,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각종 입찰 및 수요와 관련한 정보부재로 적잖이 애로를 겪어온 중소기업에 온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판로확대를 도모하자는 취지다.
또 이를 계기로 각종 조합업무도 혁신할 방침이다. 올해 안으로 조합원사 단위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인터넷 상으로 공구판 업무와 금융거래, 문서교환 등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이와 함께 품질경영체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기협중앙회 차원에서 발족한 단체수의계약활성화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떠맡은 그는 전기공업계는 물론 모든 중소기업에 대해 수요기관의 부정적 시각을 없애기 위해 「품질」을 전제로 한 단체수계를 강조하고 있다. 조합이 별도로 예치한 3억원의 하자보증기금을 적극 활용키로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조합의 대외 신뢰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지난 96년에 이어 지난해 품질경영대상을 2년 연속 차지했으며 올해에도 수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조합원사들로 하여금 ISO 인증과 EQ마크를 획득하도록 장려하고 있는데 품질관리가 미흡한 조합원사에 대해서는 물량배정의 기준이 되는 배점을 낮게 주고 있다』며 『지난해말 현재 총 5백76개 조합원사 가운데 3백23개 업체가 ISO 인증을 획득했고 1백30개 업체가 EQ마크를 획득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품질경영의 성과는 주요 수요처 중 하나인 한전의 호당 정전시간이 대폭 감소한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 이사장은 이처럼 안으로는 품질경영을 확립시키는 한편 밖으로는 수출확대를 위해 조합원사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처럼 해외의 전시회에 참여하는 조합원사에 대해 경비의 70%를 지원하고 교류의 물꼬를 튼 멕시코, 베트남, 파키스탄 등의 전기관련 단체들과 교류, 협력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단체수의계약은 정부의 혜택입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대에 중소기업은 난관극복을 위해 실천적 자세로 임하고 수출로 국가에 보답해야 합니다. 조합도 맡은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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