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3년째… 유통업계 전망] 수입규제 무장해제, 日업체 군침

96년 1월 1일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 후 2년이 흘렀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시장개방은 그동안 가전 유통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프라이스클럽이나, 킴스클럽, 마크로, 까르푸 등 창고형 할인점 등장은 가전 유통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창고형 할인점 등장은 가전 유통시장의 가격체계를 흔들어놓았다. 가전3사는 매장의 일부를 전자제품 코너로 할애하는 이들 할인점이 국내 유통구조상 제품구색 갖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 결과 전체 판매량면에서는 가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지만 기존 가격체계가 상당부분 와해됐다. 비교적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였던 연금매장은 물론 전자 전문상가 가격도 대리점 가격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졌다.

창고형 할인매장 등장은 가전 유통점의 대형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초대형 매장 리빙프라자, LG가 하이프라자 개점을 늘려나갔다. 대형 양판점인 전자랜드와 하이마트 역시 전국 유통망 구축을 위한 점포 개설에 주력했다. 이는 곧 일선 가전대리점의 약화를 초래했다. 가전 마크로와 킴스클럽이 들어서고 LG의 하이마트와 삼성의 리빙프라자가 들어서 있는 일산의 경우 양대 가전사의 일반 대리점이 아직 하나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90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던 가전3사 대리점이 지난해에는 줄어든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가전 유통분야에서 영향과 달리 컴퓨터 유통시장에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96년에는 세진 돌풍이 이어졌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통망 확충과 함께 판매를 늘려갔다. 지난해에는 현대전자가 일본의 유통기술을 도입, 컴퓨터 및 주변기기 전문유통점 티존코리아를 개설하기는 했지만 외국 유통업체들의 직접 진출은 없었다. 컴팩 등 기존 진출업체들은 별다른 변화가 없이 시장개방 이전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으며 싱가포르 컴퓨터유통업체인 한국IPC는 문을 닫고 말았다.

소프트웨어나 주변기기, 부품 유통 시장에도 말만 무성하던 외국 유통업체들의 진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어음거래 등 독특한 거래구조 등 외국 유통업체들이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시장규모가 작아 이들의 직접진출을 촉진할 형편은 못됐다.

더욱이 이동통신기기 시장에서 시장개방은 오히려 국산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시장을 석권했던 모토로라는 디지털 단말기 출시가 늦어지면서 시장을 송두리째 국산 기기 공급업체에 내주고 말았다.

IMF시대와 함께 전개되는 유통시장 개방 3년째인 올해의 시장개방 영향은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올해는 일본제품의 시장공략을 막기 위한 수입선다변화 지정이 조기 해제되는데다 그동안 관행으로 돼 있던 어음결제가 사라지게 된다. 어음결제 관행 등의 부담으로 독자진출 방침을 바꾸어 현대전자와 합작으로 티존코리아를 설립함으로써 국내시장에 진출한 아도전자의 전례에 비춰볼 때 수입선다변화와 거래관행변화가 국내 시장진출을 꺼렸던 유통업체들의 진접진출을 촉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환율불안 등이다. IMF 한파로 국내시장 위축이 불가피한데다 원화가치가 떨어질대로 떨어져 제품을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으로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외국업체들의 국내진출이 어떻게 전개될지 의문이다. 특히 C&C 분야의 경우 AS문제 등 유통망 이외의 부수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도 외국업체들의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까지 시장개방이 전자유통시장에 미친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국내 유통시장 자체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올해 역시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원화가치가 워낙 떨어져 있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가치도 바닥세에 있어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으로 국내에 진출하는 전문유통업체의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주용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