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 시스템이 대벽혁의 바람앞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국내 경제계를 짓누르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체가 국내 경제계에 구조 재조정 및 은행의 인수 합병등 열거하기 조차 힘든 각가지 요구를 강요하기 있기 때문이다. 특히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IMF체제는 국내 금융기관들에게 지난 40년간 유지해온 경영 운용 시스템의 대개혁을 요구할 뿐더러 활동 영역까지 개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해 국내 금융권은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는 개방화, 국제화 물결의 소용돌이 한 복판에 놓이게 됐다.
내달 새 정부가 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국내 경제계에 짙게 드리우고 있는 먹구름이 다소 거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도 없지 않으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요되고 있는 국내 금융권 시스템 변화는 이들 기업 및 금융권이 운용하고 있는 전산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오고 전산시스템 구축 방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우선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금융빅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전산시스템의 재국축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부는 서울은행, 제일은행 등 부실화된 은행을 외국 은행이 인수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 일부 지방은행 및 종금사, 증권사를 시중은행과의 합병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금융권의 인수, 합병 바람은 올해 국내 금융권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금융권의 인수, 합병 바람은 결국 금융 기업간의 전산통합내지 재구축으로 이어져 새로운 전산 수요를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간 혹은 은행과 종금사, 증권사간의 합병이 전산 통합으로 즉시 이어지기에는 시스템의 인터페이스 등 각종 전산 규격 및 운용방식이 서로다른 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1~2년 동안의 재개발 과정을 거쳐 하나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 기업들 대부분은 독자적인 전산시스템을 갖고 있고 데다 시스템 운영 방식도 업체마다 달라 단 시일내 두 회사의 전산시스템을 물리적으로 통합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무인화 점포를 강력히 추진해온 국내 은행들은 각 지점에 수천대의 자동화기기를 설치 운영중인데 이들 기기들의 운영 규격이 서로 다른 점을 은행합병시 이를 우선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앞서 금융 기관 합병 작업을 추진해온 미국과 일본도 금융 기관 통합에 따른 전산시스템상의 혼선을 상당 기간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중대형 컴퓨터업체의 한 관계자는 『금융 업무의 대부분이 전산으로 처리되고 있는 오늘날,시스템간의 인터페이스를 고려하지 않고 금융기간을 통합할 경우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보다는 오히려 금융 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융 기관 통합에 앞서 업무 통합에 대비한 개발용 전산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금융기관 통합과 더불어 지금까지 업격히 구분돼온 금융업부 영역이 허물어지는 빅뱅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여 금융권의 전산 투자 패턴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은행, 증권, 종금, 보험회사들은 그동안 특정 영역의 업부만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 운용해 왔기 때문에 종합금융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산시스템의 대개혁 내지 전면재개발이 불가피하다.
또 지난해부터 국내 금융권이 도입하고 있는 PC뱅킹 및 전자상거래(EC), 전자 비즈니스 (E-Business)등 사이버 뱅킹 물결은 올해 구조조정 바람을 타고 더욱 거세게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은행권들은 구조조정 방법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력 감축은 필연적으로 전산시스템의 확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무인점포화에 필요한 ATM등 금융단말기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 금융업체들이 국내에서 본격 영업을 개시할 경우 국내금융권의 전산 시스템 재구축은 필할 수 없는 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미 이를 예상한 하나은행, 산업은행, 장기신용은행, 대구은행 등은 지난해부터 데이터웨어하우징 구축에 본격 나선 것을 비롯 대다수 시중은행 및 국책은행들도 데이터웨어하우징 구축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금융 시스템에 불안을 느낀 고객들이 외국 은행이나 상대적으로 신뢰성이있다고 판단되는 우량 금융기관으로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기존 고객을 묶어두는 방안 마련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고객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기위해 국내 금융권들이 고려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컴퓨터, 통신 통합(CTI)이다.
전화와 컴퓨터 시스템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고객의 불만, 고충을 처리하고 투자 상담까지 할 수 있는 CTI의 구축은 개방화 시대르 맞고 있는 국내 금융권 전산시스템의 최대 과제 중에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같은 국내 금융권의 움직임을 감안해 볼 때 올해 국내 금융권 전산시스템 시장 규모는 얼핏 보기에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 체제 개편은 해당 금융 기관의 전산시스템에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새로운 전산시스템의 수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도식이 올해에는 국내 금융권에 적용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왜냐하면 국내 금융권을 주도하고 있는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이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기 위해 불요불급한 투자를 최대한 억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전산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메인프레임등 하드웨어 시스템을 새로 구입하기 보다는 기존 하드웨어 시스템의 운용 자원을 재배분하여 필요한 솔루션을 포팅하는 쪽으로 전산투자 계획이 잡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하드웨어 시스템 수요는 소폭 증가하는 반면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금융 솔루션 수요는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금융업계와 중대형컴퓨터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금융분야 하드웨어 시스템 구매패턴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금융기관들은 신뢰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메인프레임을 기반으로 한 전산시스템을 선호해 왔다. 메인프레임은 신뢰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유닉스 서버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한 대신 가격이비싼 단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에 시스템 구축 신축성이 우수하고 가격이 싼 유닉스 서버는그동안 신뢰성 부족으로 국내 금융권의 기간업무용 시스템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바뀌고 있다. 유닉스 서버의 확장성과 신뢰성이 메인프레임에 버금갈 정도로 신장된데다 자금 사정이 빡빡한 금융권들이 「성능대비 가격」이라는 제품 구매 황금율에 입각해 전산시스템을 구매하려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올해 금융 전산시스템이 직면하고있는 「2000년 문제(컴퓨터 연도표기 혼선)」와도 연계해 볼 때 메인프레임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 금융 기관의 지점용 서버로 설치되기 시작한 윈도NT서버가 올해는 금융권의 기간업무용 서버로도 투입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유닉스 서버 및 윈도NT 서버업계의 파상적 공세에 대응한 메인프레임업계의 대응 방안도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 금융권 시장을 안방처럼 차지하고 있던메인프레임업계는 메인프레임의 개방화와 가격 인하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메인프레임이 갖고 있는 안정성과 확장성을 인식시키는 데 총력을 경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국내 금융 전산시스템은 금융권에서 새로운 시장 구도를 모색하려는 중대형컴퓨터업체들과 금융업체들의 전산시스템 재구축 움직임이 함께 어우러져 사상 유례없는 가장 큰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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