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도 이제는 움직이는 시대로 들어섰다.
이미 노트북PC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컴퓨터」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으며 핸드헬드PC(HPC), 월릿컴퓨터,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등 모빌컴퓨터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즉 모빌컴퓨터는 성능 면에서는 컴퓨터에 근접하면서 보다 작고 가볍게 만들어 휴대하기가 편리하도록 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새로운 컴퓨터군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컴퓨터 중에서 어느 제품이 미래의 모빌컴퓨터 시장을 주도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그만큼 기술개발 속도가 빠르고 주변환경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모빌컴퓨터 시장을 대표하는 간판상품으로 노트북PC가 단연 유력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데스크톱PC 수준의 성능을 지닌 노트북PC가 대거 등장하면서 컴퓨터로 전혀 손색이 없는 상품으로 올라섰다. 미국의 주요 업체들이 지난해 말 성수기를 겨냥해 내놓은 신제품을 봐도 노트북PC의 성능이 얼마나 향상됐는가를 알 수 있다.
이를테면 IBM이 내놓은 「싱크패드 560X」의 경우 2백33㎒ MMX 펜티엄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하고 HDD 용량이 4GB로 확장됐다. 또 델컴퓨터와 휴렛패커드(HP) 등은 인텔의 「틸라무크」 프로세서를 탑재해 기존 노트북PC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신제품을 내놓았다.
고가로만 인식돼온 노트북PC의 가격하락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컴팩컴퓨터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2백㎒ 및 2백33㎒ 틸라무크를 탑재한 노트북 신제품 발표에 앞서 자사의 「아마다」 노트북PC 시리즈를 11∼24% 인하해, 1백50㎒ 펜티엄 MMX를 탑재한 상위기종 「아마다 7710DMT」의 경우 가격이 3천6백99달러에서 2천7백99달러로 24%나 떨어졌다. 노트북PC 시장의 1, 2위를 달리고 있는 도시바와 IBM도 주로 신제품 출시를 전후해 가격을 내리면서 가격하락에 앞장서고 있다.
성능 외에도 경량화와 대화면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13.3인치 이상의 대화면 노트북PC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를 직접 생산하는 삼성전자.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13.3인치 TFT LCD 화면을 채택한 노트북PC 「센스 600」 세 기종을 개발, 출시하면서 대화면 노트북PC 시장의 기선제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노트북용 마이크로프로세서 가운데 최상위 기종인 펜티엄 MMX 2백33㎒ 프로세서를 장착, 주로 외산 제품들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고성능 노트북PC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어 삼보컴퓨터가 9월말에 14.1인치 대형 화면을 채용한 「드림북 이그제큐티브」를 발표함으로써 노트북PC의 화면 대형화 경쟁이 시작됐다. 삼보컴퓨터의 드림북 이그제큐티브는 LG전자에서 생산하는 14.1인치 TFT LCD를 채택했다. 또 여기에 대우통신과 LG전자, LG IBM 등이 가세함으로써 올해는 대화면 경쟁이 노트북PC 시장의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13.3인치와 14.1인치 노트북PC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물론 화면크기다. 13.3인치 화면이 데스크톱PC의 15인치 모니터라고 한다면 14.1인치는 17인치 모니터 수준. 현재 데스크톱PC에서도 모니터 대형화 경쟁이 가속화하고는 있지만 어느쪽이 노트북PC 시장에서 기선을 잡아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14.1인치 노트북PC 진영에선 말그대로 모빌컴퓨터의 대화면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하는데 비해 13.3인치 진영에선 노트북PC의 생명이 휴대성에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14.1인치 제품은 그 자체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HPC도 주목받고 있는 모빌컴퓨터 중의 하나다. 노트북PC가 사무실의 이동개념을 만들었다면 HPC는 이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사무실을 손바닥 위로 올려놓는 매개체라는 연상을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전자수첩보다는 조금 큰 크기로 손바닥 크기만한 작은 컴퓨터지만 사무실 컴퓨터의 분신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HPC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능의 한계 등으로 인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개최된 컴덱스 전시회에서 2.0 버전의 제2세대 윈도CE 단말기가 대거 선보이면서 HPC도 PC의 한 영역으로 인정받게 됨은 물론 모빌컴퓨터 시장의 경쟁주자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현재 국내 업체 중에서는 LG전자가 1세대에 이은 2세대 제품을 내놓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LG전자의 HPC 「모빌리안」은 외견상으로 전자수첩보다 약간 크지만 뚜껑을 열고 전원을 켜면 윈도화면이 나타나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으며 데스크톱PC와 연결한 재작업이 가능하다. 또 노트북PC처럼 멀티화면으로 연결해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으며 유무선 송수신기능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일정표와 연락처 관리 등의 기능성 프로그램이 함께 수록돼있어 체계적인 일정관리 및 인명록 활용이 가능한 것을 비롯해 일반 PC가 할 수 있는 기능을 대부분 갖고 있다.
따라서 HPC는 노트북PC와 비교할 때 아직은 완성된 컴퓨터라 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모빌컴퓨터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유무선 통신단말기로도 한 몫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HPC보다도 더 작은 월릿컴퓨터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동계 CES에서 윈도CE가 탑재된 최신 버전(코드명 그리폰) 시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MS의 윈도CE 2.0 버전을 탑재한 이 제품은 기존 핸드헬드형 윈도CE 단말기(HPC)보다 크기를 더 줄여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졌고, 가격도 2백50∼4백달러선으로 크기 및 가격에서 PDA인 「팜파일럿」 등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월릿컴퓨터는 「그라피티」라는 독자적인 펜입력방식을 채택한 팜파일럿과는 달리 「잉크노트」 애플리케이션을 내장해, 일반적인 필체로 메모나 그래픽 등을 입력할 수 있어 앞으로 모빌컴퓨터 시장의 한 영역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전자수첩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PDA도 모빌컴퓨터 시장에서 나름대로 한 몫을 해낼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왜냐하면 PDA는 컴퓨터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통신단말기로도 한 영역을 차지할 제품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현재 LG전자와 삼성전자가 PDA를 내놓고 나름대로 시장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투자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렇듯 모빌컴퓨터는 앞으로 스스로의 특성을 무기로 어디까지 작아지면서 컴퓨터의 기능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구매층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확연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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