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자산업의 97년은 한마디로 조용한 가운데 기술개발의 터전을 공고히 한 「정중동」의 해로 평가할 수 있다. MMX열풍, 64MD램 시장 형성, 고속통신서비스 개시 등 특별히 두드러지는 기술개발 품목은 없었으나 기존 제품의 활발한 기능향상 작업이 추진된 점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물꼬를 튼 통신업계의 이합집산이 올해 결실을 거둬 미, 일 통신업계의 재편작업이 완료된 점은 올해 거둔 큰 결실 중 하나다.
<편집자>
◇1천만달러미만 저가PC 「돌풍」
올초 패커드벨NEC와 컴팩이 선보이기 시작한 1천달러 미만의 저가 홈PC는 미국 PC시장에서 초보자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장점유율이 35%에 이르렀고 이에 편승해 최근에는 IBM, 휴렛패커드(HP), 디지털이퀴프먼트, 에이서 등도 이 시장에 본격 가세하고 있다.
초기에는 사이릭스의 「미디어GX」와 AMD의 「K6」 등 인텔 호환칩이 주로 탑재되다 인텔 펜티엄칩의 가격인하로 펜티엄 제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8백달러 이하로까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성능 윈도NT 서버 급부상
올해 서버시장의 두드러진 현상은 저가 PC기종을 중심으로 급성장세를 보여온 윈도NT 제품이 성능향상과 함께 기업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의 주력기종으로 부상하면서 유닉스의 독무대였던 하이엔드 분야를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세계 윈도NT서버의 판매량은 1백만대를 넘어서 물량면에서는 유닉스서버와의 역전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기술적으로는 펜티엄 프로를 8개까지 탑재한 8웨이 서버 제품이 잇따라 개발돼 엔터프라이징 컴퓨팅 성능을 가능케 하고 있다.
◇64MD램 본격 양산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64MD램 양산이 본격화됐다. 올해 세계 64MD램 생산개수는 전체 D램 생산규모의 11.4%(비트 환산) 수준인 약 7천2백만개로 마감될 전망이다.
이처럼 64MD램 양산이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된 데는 16MD램 가격의 하락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주요 업체들은 16MD램 가격이 급속한 하락경향을 보이자 올 중반 64MD램 양산을 본격적으로 서둘렀고 한때 일부 현물시장에서는 16MD램과 64MD램의 비트크로스(비트당 단가가 같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인 비트크로스는 내년 2, Mbps분기 내에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300mm 표준 잠정합의
지난 94년 최초로 제기된 이후 4년여간 반도체업계의 뜨거운 이슈가 돼온 웨이퍼의 3백㎜화가 올해 드디어 표준화에 대한 잠정합의를 도출해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올해 반도체 관련 장비, 재료 전시회 등에서 3백㎜(12인치) 시대에 걸맞는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합의도출은 최근 협조관계를 구축한 3백㎜ 표준화 양 단체인 세리트와 I300I(인터내셔널 300 이니시어티브)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 단체에는 세계 20여개국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합의도출로 당초 내년 이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웨이퍼의 3백㎜화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광대역 서비스 「원년」
97년은 인터넷의 확산과 더불어 음성, 텍스트, 그래픽 등 멀티미디어 정보전송 요구가 크게 늘면서 이에 부응하는 케이블 모뎀, 디지털 가입자 회선(DSL) 서비스가 시작된 「광대역 서비스 원년」으로 기록됐다. 최대 40Mbps, 9Mbps까지 각각 전송할 수 있는 케이블 모뎀과 DSL을 이용해 소비자들은 인터넷은 물론 주문형 비디오, 원격학습, 동영상회의 같은 부가서비스를 자유롭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케이블TV업계와 전화업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이들 두 기술은 고속전송과 저렴한 네트워크 구축비용이라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고 상호 경쟁하며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터넷시장을 둘러싸고 양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도 예상할 수 있다.
◇미 통신업계 M&A 「바람」
서비스영역 구분이 줄어들면서 올 한해 미국의 통신, 인터넷업계에서는 제휴와 합병이 활발하게 추진됐다. 전통적인 통신서비스 시장에서는 브리티시 텔레컴과 월드콤을 오가던 MCI 커뮤니케이션스가 11월 월드콤과의 최종 합병을 선언했다. 인터넷부문에서는 아메리카 온라인의 컴퓨서브 인수가 있었고, 타임워너와 US웨스트의 인터넷부문 합병 등 굵직굵직한 거래가 잇따랐다.
이밖에 전화업계 최강 AT&T가 @홈 네트웍스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케이블 인터넷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고, 웹TV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콤캐스트에도 투자키로 하는 등 다각적인 행보를 거듭했다. 특히 올해는 급팽창하고 있는 네트워크 시장에서 중소규모 업체를 겨냥한 통신업체의 인수가 이어지는 등 부문을 넘나드는 M&A가 네트워크업계 사상 가장 많았던 해로 기록됐다.
◇WTO 기본통신협상 타결
지난 94년 5월부터 시작된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본통신협상이 지난 2월 15일 타결됨으로써 세계 정보통신시장은 무한경쟁 국면을 맞았다.
최종 협상에서 WTO 1백30개 가맹국 가운데 69개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통신선진국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양허안을 제출함으로써 역사적인 기본통신협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내년 초부터 단계적으로 시장개방이 시작돼 오는 2000년대 초까지는 모든 국가가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일본통신업계 재편
일본 통신업계에 있어 97년은 재편의 한 해였다. 지난 3월 장거리전화 사업자인 일본텔레컴이 국제전화 사업자인 일본국제통신(ITJ)을 사실상 흡수하는 형태로 합병을 결정함으로써 시작된 업계 재편은 11월 국제전신전화(KDD)와 장거리전화 사업자 일본고속통신(텔레웨이)의 합병을 거쳐 12월 일본전신전화(NTT)와 국제전화 사업자 국제디지털통신(IDC)의 업무제휴를 끝으로 일단락됐다.
이로써 지난해 말 NTT의 분리, 분할 결정으로 재편이 예상됐던 일본 통신업계는 이들 3대 연합체를 축으로 하는 경쟁구도를 갖췄다.
또 이들 3대 연합체는 구미의 대형 통신사업자들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최소한의 경쟁력, 즉 국내외의 일관서비스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MMX칩시대 개막
지난 1월 미 인텔이 MMX 펜티엄을 발표하면서 MMX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멀티미디어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MMX 펜티엄은 발표 직후 급속도로 점유율을 늘리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MPU)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으로 부상했다.
인텔은 이같은 성공을 기반으로 5월엔 펜티엄프로의 MMX 버전인 펜티엄Ⅱ까지 시장에 투입, MPU시장을 사실상 MMX 제품들로 대체했다.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와 사이릭스도 MMX 호환칩인 K6와 M2를 각각 발표, 인텔과 MMX칩 시장에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MS, 반독점법 위반 「회오리」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0월 미 법부부에 의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법무부는 MS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악용, 컴퓨터 제조업체들에 윈도95를 라이선스하면서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채용을 강제했다며 이는 지난 95년 법원의 인가를 받아 법무부와 MS간에 체결된 반독점 화해안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일단 법무부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MS에 대해 윈도에 IE를 끼워팔지 말도록 예비명령을 내렸다.
이 사안은 법원의 최종 결정 여부에 따라 MS의 사업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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