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항기업체들은 모두 사업을 포기해야 할 판입니다.』
최근 S전자, D전자 등 가전 및 정보통신 업체들로부터 결제방식의 변경으로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저항기업체 L이사의 하소연이다.
L이사는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원화결제방식을 적용해 이중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환율변동에 따른 원가상승분을 부품납품시 보전해 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대기업이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저항기업체들은 S전자, D전자 등 세트업체와 달러방식으로 거래해왔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환율이 폭등하자 하루아침에 이들 대기업은 달러방식에서 고정환율을 적용한 원화결제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달러대 원화의 교환비율을 현실과 동떨어진 8백70∼9백70원으로 확정, 적용하고 있어 저항기업체들은 환율상승에 따른 손실부문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저항기업체들은 삼중고를 겪으면서 이 사업을 계속해서 끌고 나가야 할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저항기의 경우 전체 생산원가 중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 최근 원자재업체들이 달러화 상승에 따라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공급가격을 70∼1백%까지 인상하려고 해 저항기업체들은 원가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세트업체들이 오히려 터무니없는 환율을 적용, 저항기업체들을 더욱 어려운 지경에 밀어넣고 있는 것.
한 저항기업체의 K이사는 『원가상승분을 그대로 적용하면 제조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세트업체에 공급해야 한다』면서 『과연 이같은 상황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전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들 대기업은 원화로 전환하면서도 현금이 아니라 S전자는 60일 이하 어음으로, D전자는 3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하고 있어 저항기업체들은 현금부족으로 인해 당장 원자재 대금결제도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실제로 원자재 공급업체들도 현금이 아닐 경우 자재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아닌 위협을 하고 있어 현금 동원력이 없는 일부 저항기업체들은 제품생산을 중단해야 할 지경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저항기업체들은 현재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 저항기업체들은 최근 부품업체들과 모임을 갖고 원화결제로 전환하면서 변동환율을 적용, 원자재 상승에 따른 부품공급업체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L전자의 사례를 들면서 S전자와 D전자도 변동환율을 적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저항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트업체들이 고정환율을 적용하면서 저항기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일부 세트업체들이 수출신용장 개설이 어려울 정도로 외환이 부족해 원화결제로 전환한 것은 이해되지만 부품업체가 원가상승분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항기업체들은 『세트업체들이 이번에 고정환율제로 전환하면서 원자재의 수입비중을 따져 환율폭을 책정했으나 타 부품과 달리 유독 저항기만을 가장 낮은 환율을 책정했다』면서 『최소한 현실적인 환율변동치를 반영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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