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급락
97년은 국내 반도체업계에게 가장 최악의 한해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3월 10달러선에서 출발한 16MD램 제품의 가격 하락 행진은 연말까지 단 한번의 쉼표도 없이 계속됐다.
4월 9달러, 5월 8달러, 6월 7달러, 8월 6달러선으로 1개월 평균 1달러의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10월초에는 소위 반도체업체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렸던 5달러선이 붕괴됐다.
바닥을 모르고 계속된 가격 하락 행진은 결국 11월들어 생산원가인 4달러선까지 무너지면서 16MD램 사업 자체의 수익구조가 적자로 반전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까지 대두됐다.
4달러선이 붕괴될 때만 해도 16MD램의 시장 가격이 대체로 3달러선에서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12월 초 들어 16MD램 일부 저가 모델의 미주지역 현물시장 가격이 2달러 10센트라는 경악할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제 D램업체들의 관심사는 과연 16MD램 시세의 바닥이 어디냐는 것이다.
당초 올해를 지나면서 16MD램 가격이 약보합세를 유지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업체의 채산성이 나아질 것으로 예측했던 각 시장 조사기관들조차 시간이 흐를수록 비관적인 방향의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다소 오차가 있기는 하지만 D램 가격이 바닥권을 벗어났다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나 시장 조사기관의 일치된 견해다.
일부에서는 내년 2, 4분기께가 바닥 도달시기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99년 초까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이처럼 끝간데 없이 가격 급락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마이크론사의 저가 정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기에 대만업체들이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 메모리산업에 대거 참여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복점체제아래에서 가능했던 물량 조절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모리분야의 리더인 한국과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이같은 난국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비교적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16M 싱크로너스 D램 등 고속 모델의 생산량을 늘리거나 64MD램으로 세대교체를 서두르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시장 가격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징표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심각한 고민이 있다. 오히려 16M와 64MD램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예측치 못한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을 기점으로 한국과 일본의 메이저 반도체업체들은 가격 급락현상을 역으로 이용해 아직까지 생산성이 수준을 밑도는 후발업체들의 경쟁 대열에서 탈락시키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도모하겠다는 마지막 카드까지 꺼내들 가능성마저 엿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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