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점을 찾아 차별화시켜야 한다.」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들의 공통점이다.
올해 전자시장은 품목에 따라 굴곡이 심했다. 가전의 경우 역성장이 우려될 만큼 침체가 계속됐던 반면 정보통신 단말기를 비롯한 C&C부문은 고성장을 구가했다. 호황을 구가한 C&C부문은 물론 침체국면을 보이고 있는 가전분야에서도 잘팔리는, 인기있는 제품은 올해도 뚜렷이 부각됐다. 이들 성공제품은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되는 나름대로 성공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들 요소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 확실한 품질, 차별화된 광고 등 다양하다. 남다른 제품을 만들거나, 남다르게 제품을 부각시킨 것이다.
고정관념을 깬 가전제품은 성능만 입증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올해도 입증됐다. 통이 도는 세탁기가 좋은 예다. 세탁기는 세탁기와 탈수기가 따로 되어 있던 2조식에서 이 두가지 기능을 한통에 몰아넣은 1조식으로 발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조식 세탁기는 세탁시에는 바닥의 스크류가 물살을 만들고 탈수시에 통을 돌려 물기를 짜낸다. 그동안 「통이 도는 것은 탈수할 때」라는 것이 고정관념이었다. 통을 돌려 세탁력을 향상시킨 제품은 상당한 발상의 전환이다. 일반 세탁기처럼 세탁조 밑의 스크류를 돌리면서 통까지 돌면 강력한 물살이 생기고 세탁력이 우수해진다. 이같은 점은 잘 빨아지는 세탁기를 바라는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확실한 선택 포인트가 됐다.
이 제품 외에도 잃어버린 1인치를 찾아낸 컬러TV도 주목받았다. 이 TV는 일반TV의 가로 대 세로의 화면비율이 4대3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이 제품은 늘어난 화면 덕분에 일반 TV시장에서의 강세는 물론 새롭게 확산되고 있는 광폭TV 수요도 일부 잠식하는 개가를 올렸다.
에어커튼 방식은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야채나 생선 등 냉장이 필요한 상품시대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오픈된 상태에서 상품에 냉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어려운 기술로 평가된다. 이같은 에어커튼 방식을 도입, 문을 열고 닫을 때 냉기손실을 최소화시킨 냉장고도 올해 관심을 끈 제품이었다. 이밖에도 케이블방송을 예약녹화할 수 있는 VCR, 강력한 흡입력에 비해 소음이 크게 낮아진 청소기 등도 차별화를 내세운 제품들이며 나름대로 판매에도 성공했다. 남다른 점, 남다르게 인식시킬 수 있는 점이 곧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앞선 품질도 확실히 경쟁력을 높여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0월부터 PCS시대가 열리면서 주요 단말기업체들이 다투어 제품발표에 나섰다. 그러나 제품이 출하된 후 단말기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고 이 와중에 일부 모델만이 품질이 안정돼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현재 전체 PCS단말기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주도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품질은 이처럼 시장형성기에만 강력한 경쟁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잉크젯프린터의 경우 컬러인쇄가 정교하지 못하다는 결점이 있었다. 그러나 잉크젯프린터업체들이 포토프린트 기능을 채용, 컬러 잉크젯프린터 수요급증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광고의 경우 제품의 차이를 실제 이상으로 크게 느낄 수 있게 하기도 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 남다른 광고는 성능과 품질의 열세를 어느 정도 포장하고 제품을 고객들에게 선택받게 할 수 있는 확실한 요인이 된다. 판매성공 여부는 제품력 하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광고효과를 통해 쉽게 확인된다. 물론 제품경쟁력이 앞서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모든 제품이 나올 때마다 획기적일 수는 없다. 따라서 기능적인 변화가 적을 수밖에 없거나 디자인의 차별화가 쉽지 않은 제품들이 승부를 거는 것은 광고다.
광고는 대하는 이들이나 실행하는 이들에게 마약과 같은 것이다. 유효 적절한 광고 하나가 평범한 상품을 인기상품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어설픈 광고가 획기적인 상품을 재고로 쌓아놓게 하기도 한다. 광고성과에 따라 웃고 우는 업체들도 있다.
TV로 초식동물을 잡고 이 사슴이 들어있는 TV로 포유류를 잡는 TV광고는 화질에 대한 자신감을 단적으로 표현,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대표적인 광고로 꼽힌다. 세탁기의 물살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물살 속에서 사람을 유영시키는 세탁기광고와 게임기 두더지잡기를 응용, 전국을 상대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부각시킨 휴대폰 광고 등도 상당한 광고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광고부문에서 올해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스포츠 스타를 동원한 광고다. 컴퓨터 회사가 국내 최초의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박찬호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성공했다. 시속 1백60㎞를 넘나드는 광속구의 이미지를 자사PC 펜티엄 프로의 처리속도에 접목시켜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주목받고 있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차범근 감독이 노트북PC 사용자라는 점에 착안, 광고모델로 동원한 업체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별화는 품질이 아니라 디자인에 의해서도 만들어졌다. 동일한 기능을 가진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의 선택 포인트는 눈에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제품성격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적절한 디자인은 경우에 따라 제품경쟁력을 압도하기도 한다. 갖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한 예는 적지 않다.
넘어뜨리고 내던져도 찌그러지거나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냉장고, 가구 같은 에어컨이나 오디오 등도 이에 해당한다. 보다 작은 크기에 새로운 호감을 만들어내는 PCS나 휴대폰 등 소형 고가제품의 경우 하나의 작품을 대하는 느낌을 주는 것들도 많다.
기능 또한 차별화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과거 다양한 기능이 경쟁력과 직결됐다면 이제는 이같은 다양한 기능을 어떻게 단순한 조작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가가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
「본부, 본부」 「우리집」 「여보세요」 등 말로 통화가 가능한 휴대폰이나 가정용 전화는 편의성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이지버튼을 채용한 컴퓨터나 마우스 하나만으로 다양한 기능을 즐길 수 있게 한 소프트웨어도 올해 조작단순화로 고객에게 가가이 다가선 제품들이었다.
한편 극단적인 대형화나 소형화에 성과를 거둔 제품들도 올해 각광받는 제품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소 한마리는 너끈히 잡아넣을 수 있는 7백ℓ급 이상의 초대형 냉장고, 페이저보다 조금 큰 1백g 미만의 휴대폰, 1㎞대에 근접하는 노트북PC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경쟁력 향상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쏟아져 나오는 전자제품 가운데 성공한 제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한가지 요소가 만족되어진다고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으로부터 각광받거나 크게 고민하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은 최소한 거론된 요소들 가운데 3,4가지를 갖추고 있다. 특히 품질의 경우 다른 요소들을 모두 만족시키더라도 뒤떨어지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을 업체들이 확실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모델 가운데 고객에게 인정받은 상품이라면 그야말로 제품 관계자들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점에서 올해 부문별 인기상품으로 선정된 제품에 대해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국내에 출시된 각종 전자제품은 품질면에서 그다지 문제가 되는 제품은 거의 없었다. 또 나름대로의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상품성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 판매상황은 제품마다 반응이 달라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제품과 재고 누적제품 등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이는 여러가지 히트요소를 갖추고 있어도 구매와 직결될 수 있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수 고객의 욕구를 분명히 파악해 제품에 반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제 절대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욕구파악보다 한 품목에서도 계층별, 연령별로 구분, 각 계층의 요구를 수용한 품목내 차별화된 제품전략이 더욱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부 특별취재팀:박주용 차장/이경우·윤승원·신영복·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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