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소프트웨어(SW)산업 육성실천 계획」을 내놓으면서 그 배경으로 『다가오는 21세기가 사이버 사회,사이버경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었다. 21세기 선진 산업구조에 적합한 지식산업으로 SW분야를 육성해 산업고도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통부는 이를 위해 정부가 향후 5년간 7만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매년 총시장증가분의 10%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여기에는 오는 2001년까지 5백개 SW기업의 창업을 유도하고 G7수준의 SW선진국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곁들여졌다.
이같은 정부의 새로운 SW산업육성 정책이 발표되고 시행된 지 만 1년이 된 시점에서 볼때 이 정책은 과연 SW산업계의 활성화에 어떠한 비전을 제시했는가.이에 대한 답은 『가능성을 배제할수는 없지만 뚜렷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즉 물량위주의 정책에 따라 체계적인 기술적 분류없이 우선 급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위주의 SW개발에 나서는 정책으로 과연 향후 4년내 G7수준의 SW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을 들여다 보면 SW산업의 본질 파악에 초점이 잘못 맞춰져 있으며 그 대응도소프트웨어적인 사고보다는 하드웨어적인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그것은 물량위주의 지원정책,소프트웨어적인 사고의 부재,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공약(空約)등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70년대 수출 드라이브정책을 연상시키는 SW산업 육성정책의 허구성을 꼽지 않을 수 없다.SW 유관단체나 기업체가 늘어나고 이 분야의 종사인력이나 지원인력이 늘어난다고 해서 산업이 저절로 발전된다는 보장이 없는 가운데 이러한 정책지원단체 및 전시회가 문어발식으로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다.
SI연구조합,SW개발연구조합,SW산업협회,SW지원센터,SW공제조합,멀티미디어컨텐트진흥센터 등 다양한 단체들이 서로 SW산업의 진흥을 부르짖고 있다.또 일년에 수차례씩 이뤄지는전시회에 이어 최근의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 정통부가 직접 나서 「소프트엑스포」라는 또다른 전시회를 열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업계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이러한 물량위주의 SW육성 정책은 SW산업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내의 전문인사 부재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일례로 기술, 행정적인 부분을 통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상당수 포진한 과기처와는 달리,SW산업을 주관하는 정통부내에서 SW산업의 본질에 밝으면서 동시에 정책적인 감각을 가진 인사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허청이 반도체, 전자, 전기, 화학등에서의 석박사를 우대해 심사관으로 특채한 예에서 보듯이정통부도 내부에서 정책감각과 해외의 기술동향에 대한 안목,그리고 기술본질에 대한 이해를골고루 갖춘 인사들을 등용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이러한 전문가들이 소프트적인 사고에 바탕한 육성정책을 펼칠 때 업계의 애로뿐만 아니라 SW산업의 메카인 미국 SW산업 발전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보다 효율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SW산업은 흔히 벤처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그만큼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본유입이 중요하다는 말이다.올해 첫 출범한 공제기금의 경우 정부가 중소 SW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제기금을 만든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공제기금이 제대로 지원될 수 있는 후속정책이 아쉬운 실정이다.즉,현재 확보한 공제기금 1백억원으로는 지원업체규모나 액수면에서 너무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이같은 공제기금 이외에 일반인들이 유망 중소 SW기업의 「엔젤자본」이 되도록 유도하는 추가정책에 대해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일반투자가들이 위험도가 높은 소프트웨어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수요확대는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의 핵심과제이지만 실제 눈에 띠는 성과가 없다.올초 개정돼 실시되고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제도」에 따라 공공기관은 하드웨어와소프트웨어를 일괄구매할 수 있게 됐다.그러나 최저가 입찰은 정통부장관이 나서서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로 문제가 많지만 정작 정통부는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산, 학, 연 연대를 통한 연구성과를 기대하는 정부의 노력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가.대학, 연구소 등에서 연구, 개발한 내용이 페이퍼웍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 방안은 마련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도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아주 드물게 몇몇 사례가 보고되고 있을 뿐이지만 미국처럼 연구소에서 기업으로 전환되는 사례에 대한 분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실상이다.
우리나라의 SW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뿐만 이니라 이 산업의 앞날을 내다보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선발 SW참여기업체들의 역할이 요구된다.세계를 주름잡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를 정보통신산업계의 황제로 만든 것은 그에게서 얻어지는 미래 디지털사회의비전때문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반면 워드프로세서 하나로 초기 국내 SW시장을 석권한 한글과컴퓨터는 뒤늦게 SW산업에 나선 후배기업들에게 어떠한 비전을 제시했는가에 대해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와있다.그만큼 소프트웨어 선발업체들의 노력도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SW육성 원년의 시점에서 볼때 외국에서 발아하고 성장한 최신 SW요소기술을 앞질러 배양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정책적 발상에서부터 하드웨어적인사고에서 탈피해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로 미래를 준비하는 발상전환적 노력에 기초한 새로운 산업발전의 틀은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보통신산업계는 정통부가 지난 1년간 힘써왔던 노력이 SW기업환경 마련의 초석을 놓았다는데 이의를 보이지 않는다.그러나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이 개발장소제공,기금마련 등의 물리적 환경 조성에 그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이것만으로 SW산업이 앞으로 4년내 세계7위권에 진입할수있으리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창호, 함종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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