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IMF의 12개 부실종금사의 정리요구를 수용함에따라 기업체들이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체들이 은행돈을 쓰기가 이제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특히 자금동원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정부의 특별한 대책이 없는한 운전자금부족으로 공장을 돌리기조차 어려운 지경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전자부품업계에서는 금융공황이나 다름없는 자금경색에도 끄떡없는 알찬 중소기업들이 꽤나 있어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업체들로부터 부러움을 싸고 있다.
고니정밀, 대덕산업, 대덕전자, 삼영전자, 한국단자 등 5개사가 바로 이들이다.
이들 5개사는 부채비율이 모두 1백% 미만이다. 대덕산업과 대덕전자는 부채비율이 각각 89.3%와 80.3%이며 삼영전자는 72.7%다. 5사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고니정밀도 98.0%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한국단자는 40.6%로 국내 기업중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돈가뭄으로 대출이자나 어음할인율이 치솟고 있어 금융비용부담이 또하나의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빚보다 자본이 많다보니 당연히 금융비담비율도 매우 낮다. 낮은 금융비용은 곧 가격경쟁력이 직결돼 금융비융부담률이 가장 높은 삼영전자가 3.5%에 불과하고 고니정밀은 3.0%, 한국단자는 2.0%, 대덕산업은 1.5%, 대덕전자는 1.5%다.
5개사는 낮은 부채비율과 금융비용부담률외에도 비슷한 점이 많다. 5개사는 모두 한우물만 옹골차게 파면서 양적 팽창을 자제하고 자기분야에서만은 최고를 자부하는 기술지상주의를 견지해왔다.
한국단자는 커넥터를, 대덕산업과 대덕전자는 인쇄회로기판(PCB)을, 삼영전자는 전해콘덴서를, 고니정밀은 수정진동자를 전문으로하는 업체다.
이중 대덕산업은 가전용 PCB에서 세계 2위의, 삼영전자는 전해콘덴서에서 세계 5위의 세계적인 업체이며 한국단자도 커넥터분야에서 국내 1위를 고수해오고 있다.
커넥터시장의 특성상 국내 시장에서만 활동하고 있는 한국단자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수출의존도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대덕산업은 총매출액의 86.3%, 대덕전자는 65.4%, 삼영전자는 78.7%, 고니정밀은 94.4%를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을 만큼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덩치도 크지않다. 가장 큰 삼영전자도 종업원 1천5백48명에 연간매출액이 지난해에 1천5백57억원이었으며 대덕산업은 4백56명에 986억원, 한국단자는 3백26명에 6백78억원, 대덕전자는 8백46명에 1천2백1억원, 고니정밀은 3백96명에 3백1억원 가량이다. 이들은 조그만 덩치에도 불구하고 기술력 하나만으로 국내 및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으며 탄탄한 재무구조로 거센 외풍에도 꺼떡없는 강한 자생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낮은 부채비율과 금융비용부담율에서 보듯 여유운전자금을 확보하고 있어 돈가뭄이 극심해질수록 그 가치를 더욱 발휘할 것으로 보여진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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