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한국노벨 이광세 사장

외국계 컴퓨터기업의 한국 현지법인 지사장. 그 자리지키기가 어느 국내기업에서 보다 어려운 직업 가운데 하나이다. 계약기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기업 부침이 극심한 최근 상황에서는 재직연수 3년을 넘기는 지사장들이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노벨의 이광세 지사장. 지난 93년 10월 취임한 이사장은 11월 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외국계 기업 최장수 임기 현지법인장 가운데 한사람이다. 그는 지난 10월말 마무리된 97회계년도 까지 한국노벨의 4번째 회계년도 책임자로서 미국본사에서 가장 신뢰있는 현지법인장 가운데 한사람으로 평가됐다.

현지법인장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들로는 전년대비 매출액 신장률이 가장 으뜸이다. 이사장은 지난 4개 회계년도 동안 1백억원이 훨씬 밑돌던 한국노벨의 매출액을 취임 첫해 1백억원대로 끌어 올리고 연평균 15% 이상 매출신장률을 기록해왔다. 이같은 그의 실적은 마이크로소프트(MS)나 오라클과 같은 경쟁사 현지법인장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한편으로는 『이런 영업실적으로 한국노벨지사장 자리를 5년째 지키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없지않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광세지사장이 재직해온 지난 5년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MS와 쌍벽을 이루던 15년 기업역사의 미국노벨이 가장 극심한 기업구조조정기를 맞이한 시기였다. 매출액 대비 세계 3대 소프트웨어회사인 노벨은 이기간 동안 회장의 얼굴만도 세번이나 바뀌었다. MS타도를 외쳤던 기업 팽창주의자 레이 눌다에서 휴렛팩커드 출신의 전문 경영인 로버트 프랑켄버그로,지난해 에는 다시 『자바의 아버지』라는 별명의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엔지니어출신 에릭 슈미트로 바뀌었다.

기업경영에서도 노벨은 레이눌다회장 시절의 팽창경영 방침때문에 엄청난 홍역을 치뤘다. 수십억달러 규모로 화제를 모았었던 워드퍼펙트,유닉스시스템래버러토리즈(USL),디지탈리서치 등의 잇따른 M&A가 노벨을 궁지로 몰아 넣었고 결국은 프랑켄버그 회장이 이들 기업을 헐값으로 되파는 악순환을 경험했다. 이런 과정속에서 주력제품이었던 「네트웨어」는 MS의 「윈도NT」에 시장점유율이 역전됐고 제품전략의 기반이던 IPX 프로토콜 까지 포기,TCP/IP체제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또 6천여명의 직원 가운데 1천명을 감원했을 뿐아니라 이기간동안 매출 신장률도 0%대를 넘나드는 홍역을 치뤄냈다.

이같은 극심한 기업 부침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신장률을 기록,본사의 굳건한 신임을 지 않은 비결에 대해 이광세지사장은 『다른 외국계 기업과 달리 한국식 기업 경영과 영업방식을 채택해온 것이 주효한것 같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계기업들의 경우 『대부분은 자기나라식 기업문화로 한국고객들을 상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이사장은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입장에서 『고객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것은 세일즈의 기본』이라는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고집해온 고객문화와 정서란 바로 『끈끈한 인간적 유대관계』,즉 사교인 셈이다.

11월부터 새로 시작되는 98회계년도에 대한 이광세지사장의 포부는 그 어느 회계년도 보다 크고 남다르다. 본사 측면에서도 이시기는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에릭 슈미트회장체제가 굳혀진 첫 회계년도가 된다. 이 사장은 특히 보다 분명해진 제품전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본사 제품전략은 인트라넷과 자바라는 2대 축으로 모아진다. 이사장은 『본사가 치뤄낸 엄청난 구조조정도 사실은 인트라넷과 자바가 아닌 것,혹은 배치되는 것을 도려내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와관련 노벨은 그동안 이회사의 브랜드로 까지 인식돼온 「레드박스(패키지 디자인이 붉은 색이어서 유래됨)」이미지와 「네트웨어4」이후 폐기됐던 제품명 「네트웨어」를 되살릴 방침이다. 이에따라 최근 인트라넷통합 운용체계 「인트라넷웨어」의 차기버전으로 개발중인 「모엡」을 「네트웨어5」로 명명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은바 있다. 노벨은 또 내년 상반기 인트라넷 및 자바언어에 관련된 전략 제품과 솔류션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광세 지사장의 98회계년도의 최대 임무는 『노벨의 새로운 이미지와 제품전략을 한국식 문화로 포장해 한국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식 문화라는 것을 고작 제품의 한글화 정도로 그치고 있는 대부분의 현지법인들과 달리 이광세지사장이 98회계년도 세로 선뵐 『새로운 한국식 문화』가 어떤 것이 될지 자못 긍금해진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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