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긴 터널에서 신음하던 공작기계 산업의 경기회생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공작기계 산업이란 원래가 대표적인 자본재 산업으로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걸쳐 투자의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공작기계 산업의 경기회복 전망은 끝없이 추락하던 우리 경제의 회생을 예고하는 반가운 조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 대우경제연구소와 삼성경제연구소가 잇따라 발표한 내년도 공작기계산업의 경기전망을 보면 올해보다 생산은 대체로 10%, 수출은 25% 정도 늘어나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제연구소들이 공작기계산업의 경기회생을 전망하는 근거로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의 자동차 및 항공산업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공작기계 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해외 딜러망을 확충하고 해외 전시회 참여를 늘리는 등 내수시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공작기계 업체의 적극적인 수출확대 전략이 미국 일변도이던 수출시장을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개도국 신시장으로 확대했고 또한 엔달러 환율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일본 경쟁업체들보다 10~12% 높아지게 되는 것이 공작기계 시장을 회생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시장과는 달리 내수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은 내년에도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라는 데에 문제는 있다. 대기업의 잇단 부도로 공작기계 수요업체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내년 4.4분기에나 간신히 회복세로 돌아서고 공작기계 주수요처인 자동차 산업의 경기침체가 부품업체의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등 악재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대출 및 보증관련 실사업무가 강화돼 정부의 정책자금 이용이 쉽지 않고 누적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지난 96년 하반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관련업체의 생산조정도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공작기계 산업의 회생여부는 수출시장 확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민관이 힘을 합쳐 대표적인 자본재 산업인 공작기계 수출을 확대하고 내수시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될 발등의 불은 국내 공작기계 업체의 설비시스템 공급능력의 확보다. 인건비가 급상승하고 가격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지금과 같은 단품위주의 수출로는 시장점유율 확대가 어렵다. 이를 해소하려면 조기에 설비시스템 공급능력을 갖춘 해외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세일즈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등 다각적인 설비시스템 공급능력의 확보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는 정책금융 축소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의 자체 금융능력 강화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정책자금이나 이와 유사한 보증기관의 자금과 연계된 공작기계 판매에 주력함에 따라 부실채권 문제 등 금융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나 WTO 체제하에서는 특정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어렵다. 따라서 이미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리스금융이나 할부금융 등을 자본시장 개방과 연계해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셋째는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아시아 등 개도국 공작기계 시장 진출 확대책이다. 최근 높은 브랜드 신뢰도를 갖춘 일본업체가 전략적인 저가기종 출시로 시장선점에 나선 이 시장을 차지하려면 국내 업체들도 꼭 필요한 기능만 갖춘 단순저가 기종으로 가격경쟁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판매망 확보를 위한 현지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이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 국산 공작기계의 입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공작기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외국업체에 잠식당한 상태에서 수출비율만 확대되면 해외경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장기적으로는 공작기계산업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시급히 개선되면 공작기계 산업의 회생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오랜 불황의 와중에서 맞게 된 공작기계 산업의 고무적인 조짐들을 최대한 살려내 이를 경제회생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의 좌절과 절망은 그만큼 심화된다는 점을 십분 인식,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대표적인 자본재산업인 공작기계 산업육성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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