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철 요금징수 카드시스템이 7개월째 운용되지 않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당초 지난 5월부터 본격 운용할 계획이었던 지하철요금 카드징수시스템을 기발급해 사용하고 있는 버스카드로도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호환단말기 개발이 완료되는 내년 11월로 시스템 운용을 미룸에 따라 1백여억원이 투입돼 구축된 시스템이 지금까지 활용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가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분 아래 한장의 카드로 버스는 물론 지하철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올초 뒤늦게 정하고 지하철역의 단말기설치작업과 시스템 확대운용의 전면시행을 중단시킨 데 따른 것이다.
지하철 카드시스템은 당초 운송기관인 철도청을 비롯해 서울지하철공사, 카드공급사인 국민카드사, 시스템 구축업체인 C&C엔터프라이즈사 등 4자 합의에 의해 추진돼 지난 3월에 시범서비스에 착수, 5월부터 전면 확대시행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C&C엔터프라이즈사는 수도권 전철 전구간과 지하철 3호선 전구간에 카드단말기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계기관 및 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험서비스에 들어갔으며 국민카드사도 올초 대대적인 홍보작업을 통해 카드회원 유치에 착수, 모두 70만명의 카드회원을 모집해 약 50만장의 카드를 발급, 전면 확대시행작업에 착실히 대비해왔다.
지하철 카드시스템의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서울시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시스템 구축이 거의 완료됐음에도 본격 서비스는 무한정 연기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하지만 무작정 호환단말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스템 운용에 들어간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 관계자는 특히 컴퓨터시스템의 특성상 시스템이 개발돼 업무에 적용되려면 적어도 수개월 동안의 시범운용을 통해 안정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버스카드시스템의 경우 이미 1년 이상의 실제 운용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고 안정화 단계에 있는 데 반해 지하철시스템의 경우 시범운용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점 발견을 통한 시스템안정화 작업마저도 이뤄지지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막상 내년 하반기경 버스카드시스템과 지하철 카드시스템을 호환하려할 때 시스템 운용상 심각한 문제점 발생으로 시민들로부터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는 특히 서울시가 본격서비스 연기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호환문제에 대해서도 『카드 호환은 사실상 카드시스템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단말기에서의 카드인식의 문제로 지하철시스템의 경우 버스카드 정보를 읽어 들일수 있는 칩이나 보드를 추가하면 간단하게 처리되는 문제다』고 설명하며 『이미 구축돼 있는 시스템인만큼 카드발급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용하면서 내년 11월경에 개발돼 나올 것으로 보이는 호환단말기나 호환 칩을 추가로 채택하면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스템 호환에 대해 양사가 합의, 서울시가 전문가위원들을 위촉해 호환방안을 찾고 있다』며 『지하철 시스템 운용문제에 대해 관련업체로부터 어떠한 건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시스템 운용허용 여부에 대한 건의를 해온다면 상부와 논의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뒤늦게 시민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하철 시스템 운용을 불허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책마련보다는 무작정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 짙다』고 지적하면서 이미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시스템이 사장되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구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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