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같은 선진 각국은 21세기 정보사회에 대비, 정보의 국가자원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90년대 초부터 정보고속도로, 고속행정통신망, 신사회자본 등과 같은 국가차원의 과제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과 병행해 지적자산의 보고인 도서관들이 지니고 있는 방대한 정보와 지식을 디지탈화하는 전자도서관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추어 2015년까지 총 45조원을 들여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등 21세기에 대비한 선행적 국가기반구조를 확충하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전자도서관 구축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정책수립없이 도서관별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 공공 및 대학 도서관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전자도서관을 구축하고 있거나 준비중인데 단지 예산이 확보돼, 아니면 대학의 경우 타 대학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전자도서관 구축을 서두르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붐은 향후 국가적으로 중복투자 및 재투자로 인한 막대한 자원낭비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도서관은 기존의 도서관과는 달리 시간, 장소, 수량 등의 제한을 받지 않고 정보를 서비스할 수 있다. 따라서 전자도서관을 통해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어느 곳에 있는 자료든, 다른 사람이 이미 대출해 갔는지를 고민할 필요없이 필요한 정보를 디지털화한 형태로 손쉽게 컴퓨터 앞에서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전자도서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게 마련인데, 국내 전자도서관 구축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공 또는 대학 도서관 특색에 맞게 특성별, 분야별로 전문화, 계층화하고 이들 전자도서관이 제공하는 정보를 상호 공유할 수 있게 국제표준 검색방식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구축한다면 국가차원에서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사용자들도 단일화한 검색방식으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 4월 국제표준화 기구인 ISO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은 Z39.50(ISO 23950) 정보검색 표준 프로토콜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Z39.50 프로토콜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자도서관은 세계 어느 곳의 사용자에게도 표준방식의 검색질의에 답을 줄 수 있게 된다. 최근 국내 도서관들도 궁국적으로는 Z39.50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자도서관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전자도서관은 그 용어가 말해주듯 디지털화한 형태로 정보가 관리되고 서비스된다. 따라서 기존의 문자형태뿐만 아니라 오디오, 비디오, 이미지, 애니메이션 같은 멀티미디어 형태로 소장 정보가 서비스되는데, 국제적으로도 현재 Z39.50 프로토콜 상에서의 멀티미디어 정보에 대한 표준검색 및 서비스 구현방식이 정의돼 있지 못하다.
그 결과 현재의 표준 프로토콜을 지원하도록 전자도서관이 구축돼도 문자정보 서비스는 표준에 의한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멀티미디어 정보의 검색서비스 방식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Z39.50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전자도서관끼리도 호환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국회도서관을 중심으로 멀티미디어 라이브러리를 Z39.50 프로토콜 상에서 서비스하기 위한 구현지침(DL Profile, Collections Profile)들을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 중요성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Z39.50 프로토콜의 중요한 응용분야인 정부정보소재안내시스템(GILS) 분야에서는 한국전산원 표준본부 기반기술표준팀을 중심으로 국내 표준 GILS Profile 제정작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향후 총무처 같은 정부기관과도 공동으로 진행해야 할 사항이지만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 시도라 생각한다. 전자도서관 분야에서도 멀티미디어 라이브러리의 검색을 위한 국내표준 구현방식 제정에 관심을 둘 시기가 됐다. 그렇지 못하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구축한 방대한 분량의 멀티미디어 정보들이 표준검색 방식을 통해 상호 공유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엠피아시스템 함경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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