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 가전시장의 틈새를 개척하라.」
최근 계속되는 불황 속에서도 가전업체로서는 드물게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 중소기업이 있다.
가전3사와 외국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국내 진공청소기 시장에 아이디어로 개발한 핸디, 스틱형 겸용 진공청소기로 틈새를 개척하고 빠르게 세를 키워 가고 있는 두원산업(대표 이종린)이 그 주인공.
계속되는 불황의 여파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힘없이 쓰러지는 최근 상황에서 40여명 남짓한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틈새시장에서 탈출구를 찾는 것. 두원산업은 이 절대절명의 과제를 최선두에 서서 실천하고 있다.
이 회사가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말부터다. 우수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제품의 판로확대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열린 「중소기업 TV백화점」에 참여, 자사의 핸디, 스틱형 진공청소기 「윙윙」을 전시하고 현장판매를 실시했는데 관람객을 비롯한 전국의 시청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출품업체 가운데 최다판매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면서다.
특히 이 회사는 올 초 열린 「중소기업 우수제품 박람회」에서도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국립기술품질시험원이 현장에서 실시한 외산제품과의 성능비교 시험에서 블랙앤데커, 일렉트로룩스, 내셔널, 필립스 등 세계 유명업체들보다도 품질 및 성능에서 단연 앞선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도 우수한 제품력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외산으로부터 두원산업으로 되돌리게 한 원인이었습니다.』
이종린 사장의 말처럼 외국 제품이 핸디형 진공청소기 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하는 불모지를 개척하는 견인차도 품질에 대한 확신이었고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어 사업을 확장하게 된 것도 품질 때문이었다. 비록 아이디어는 있으나 시장에 나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한 중소기업 제품들은 품질에 대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필수조건인 것이다.
이런 원칙을 틀어쥐고 이종린 사장이 가전제조업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지난 93년. 잘 다니던 중견기업을 그만두고 창업 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사실 이때에 이미 핸디, 스틱형 청소기에 대한 개괄적인 개념이 잡혀 있었다고 한다. 원래 근무하던 회사에서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틈새시장용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던 중 이를 추진하던 이 사장이 시장조사를 통해 나름대로 윤곽을 잡아냈다고 한다.
『틈새시장용 상품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일반 가정용 진공청소기는 코드가 연결돼 있어 이리저리 옮겨다니기에 불편했고 구석진 곳을 청소하기에 힘들었습니다. 반면 외산 핸디형 청소기는 흡입력이 낮아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값싸고 편리한 제품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출발점이었습니다.』
당시 국내 진공청소기 시장은 가전3사가 가정용 진공청소기를 내수 및 수출 주력상품으로 삼고 고흡입력, 저소음, 사용자 편리성을 축으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으나 핸디형 제품들의 경우 대부분 2만∼3만원대의 저가 수입품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손을 대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 사장은 그제서야 보급률이 갓 50%를 넘어선 진공청소기가 앞으로 성장가능성 있는 아이템으로 여겨졌고 양분된 시장을 뚫고 들어가 일반 가정에서도 무선으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흡입력이 높고 구석진 곳을 청소하기에 용이한 제품으로 초점이 모아졌다.
그러나 내부사정으로 신상품 개발을 중도에 포기하게 되면서 이 사장과 현재 부사장직을 맡고 있는 김종기씨 두 사람이 이 아이템을 들고 나와 창업을 추진했다. 제조업의 경험을 쌓기 위해 지난 94년 1년간은 중소 제조업체에서 직접 생산현장 일도 해보았다. 개발실장을 맡은 정석진씨가 합류하면서 마침내 95년 5월 단 세 명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그 뒤로는 줄곧 숨가쁘게 회사를 확장해 왔다. 개발인력을 보강해 제품개발을 완료하고 생산직 사원들을 뽑아 96년 4월부터 대우전자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납품하기 시작했다. 비록 자체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대우와 동반진출해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우즈베크, 대만, 핀란드 등지로 수출도 추진했고 이를 위해 유럽 안전규격인 CE나 VDE, EMV마크를 획득해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두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이 그러하듯 대기업 OEM 납품을 하다보면 여기에 급급해 자신의 브랜드와 유통망을 개척하기보다는 납품업체로 눌러앉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자가브랜드에 대해 강한 집착을 갖고 있던 이 사장의 욕심은 제품을 들고 직접 발로 뛰면서 중소기업 제품박람회에 출품하고 우수디자인 제품 및 유망 선진기술 기업으로 선정되도록 했다.
올 초부터 두원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자가 브랜드인 「윙윙」으로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각 백화점의 우수 중소기업 상품전이나 기업체 특판, 홈쇼핑TV 등에 통신판매를 시작했다. 또 최근에는 백화점, 가전양판점, 할인판매점 등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는 유통 전문업체와 유통대행 계약도 체결해 이제는 안정적인 구도에서 판매를 강화해 나갈 수 있게 됐다.
두원은 95년까지만해도 매출이 전무했으나 96년 13억원에 이어 올해에는 35억원의 매출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유통망 확대와 함께 일본, 호주 등지로 자가브랜드 수출이 늘어나 80억원까지 매출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단 세명이 시작한 회사가 지금은 45명 전직원이 모두 정규직인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앞으로도 두원은 할 일이 많고 갈 길도 멀다. 국내 최초의 진공청소기 전문업체가 그 목표다. 이를 위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틈새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아직 개인회사인 두원을 주식시장에 상장해 국민의 기업으로 키워 나가고 그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자하는 야무진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정지연 기자>
[인터뷰] 두원산업 이종린 사장
『중소제조업체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오직 품질 밖에 없습니다.』
두원산업 이종린(50)사장은 요즘 같은 불황속에서 중소기업의 버팀목은 오직 제대로 된 제품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그의 정신은 40대 후반에 건실한 중견기업을 뛰쳐나와 가전 제조업체를 창업하는 과감함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젊은 창업자들에 의해 설립되는 정보통신업체나 소프트웨어업체인 것과는 달리 그는 그동안의 연륜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기억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질좋은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을 선택했다.
물론 실현에 옮기기까지 갖은 난관에 직면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에게 끝까지 힘이 돼 준 것은 타겟시장이 뚜렷한 참신한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해 주는 정확한 시장조사,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녹아든 우수한 품질의 제품이었다.
이사장은 창업당시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자금문제였습니다. 세 사람이 2억원을 모아 사업자등록을 하고 생산준비도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제품의 출시가 늦어져 초창기 1년간은 매출이 전혀 없었습니다. 제품을 빨리 시장에 내놓아 자금을 회수하자는 주위의 독촉도 있었지만 제품이 목표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출시할 수 없다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죠. 부족한 자금은 인천시 경영안전자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조달했고 대우전자에 첫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공급한 물품의 대금이 회수된 96년 6월 이후부터는 자금이 회전돼 설비투자를 늘리고 직원을 더 채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장은 중소기업이 겪는 또다른 고충으로 판로확보를 들고 있다. 대기업 OEM납품 업체로 안주하다가는 자생력이 없어져 문을 닫는 중소기업을 수 없이 봤기 때문에 자가 브랜드로 유통망을 확보해야 했으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함께 커나가겠다는 자세를 가진 실력있는 파트너를 찾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사장은 또 중소업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특별소비세에 대해 『아직까지 진공청소기가 특별소비세 부과대상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컬러TV 같은 필수품도 특별한 소비에 해당한다는 것인데 진공청소기도 보급률이 50%를 넘어선지 몇 년이 지났고 게다가 핸디형의 경우 몇 만원대의 저가인데도 불구하고 이 명목으로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오히려 특소세로 시장을 위축시켜 세수를 줄이는 것보다 제조산업을 활성화시켜 다양한 각도에서 세원을 확보하는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나름대로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사장은 앞으로도 두원산업과 함께 할 일이 많다. 창업당시 욕심내지 말고 딱 15년만 힘껏 일하자고 결심한 목표를 실천해야 하고 회사도 좀 더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이사장은 제조업분야에서 창업하고자 하는 다른 이들에게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마련해 욕심내지 말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덧붙이고 있다.
오늘도 그는 국내 몇 안되는 중소가전업체의 버팀목으로서 한발한발 자신의 꿈을 실현에 옮기고 있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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