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초자 경영진 얼마나 교체될까

지난 1일 대우그룹이 한국전기초자를 공개 매수키로 발표한 이후 한국전기초자 임직원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2천여명에 달하는 그들은 대우의 회사인수 이후 자신들의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몰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노사 대립으로 두달반 동안이나 파업사태를 일으켰는데 그 불똥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대량해직과 실업이 만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어떻게 하나 하며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생산직 인력들은 인수 이후에도 신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록 브라운관시장의 악화로 유리벌브의 재고가 쌓여 있지만 올초 증설된 설비를 가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인력감축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영진과 관리직. 서울사무소 직원들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걱정이 대단하다. 사업상 오리온전기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영업직은 대부분 제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 재무나 총무 등 일부 관리직 사람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주인이 바뀌면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재무와 총무직은 주인집 사람들이 차지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한국유리그룹의 직계 인사들이 많은 한국전기초자 경영진의 교체폭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이다. 상식적으로는 대폭교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영진과 관리직의 교체폭과 관련해서는 그러나 예상밖으로 소폭교체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12월말에 한국전기초자의 임시주주총회가 소집될 예정이어서 이때까지는 한국유리그룹이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대우로서도 경영진을 대폭 교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그러나 이보다는 한국전기초자 인수가 대우그룹과 한국유리그룹 간에 매우 우호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경영진과 관리직의 유임설을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고 있다. 대우그룹과 한국유리그룹은 우선 사업적으로도 매우 긴밀한 협력관계를 지속해왔다. 대우건설과 한국유리공업은 판유리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자동차유리를 생산하는 한국안전유리는 대우자동차와 더욱 긴밀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우와 한국유리그룹은 지난 95년에 중국 남경에 남우유리유한공사를 합작 설립해 동반진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동구권에 자동차용 유리공장의 합작설립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한국전기초자의 대우 인수건은 대우그룹이 한국유리그룹의 경영정상화에 상당한 지원을 하기로 양 총수들간에 약속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을 전제로 한다면 대우와 한국유리그룹은 한국전기초자의 경영진과 관리직에 대한 일정 정도의 신분보장도 약속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대우로서는 유리벌브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존의 인력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고 한국유리그룹 역시 기존 인력도 보호하고 일정지분의 경영참여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무엇보다도 대우가 그룹 숙원사업의 하나인 유리소재산업의 진출과 육성을 꾀하기 위해서는 한국유리그룹의 협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국유리그룹측 사람들과 한솥밥을 먹을 것이라는 견해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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