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환기 맞은 PCB산업 (6);세계는 넓다

PCB는 철저한 주문제작형 품목인 데다 단납기를 요구하며 주문자인 세트업체와 생산자인 PCB업체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국내 PCB산업은 한정된 내수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상당 기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내수시장 침체와 세트업체들의 글로벌생산체제구축이라는 전자산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국내 PCB 수요가 서서히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PCB업체들도 세계화의 물결을 탈 수 밖에 없게 됐다.따라서 90년대 중반들어 업계의 해외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해외공장 설립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PCB업계의 직접 수출은 캐나다의 노던텔레콤과 미국 휴렛팩커드 등 20여 외국업체에 양면, 다층기판(MLB) 등 산업용 PCB를 대량 공급하고 있는 대덕전자를 제외하고는 극히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MLB를 비롯,세계적으로 PCB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국내업체들이 경쟁국인 일본 및 대만업체들의 견제속에서도 나름대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최근 PCB직수출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대덕전자, LG전자, 이수전자, 삼성전기, 코리아써키트 등 선발 PCB업체들은 최근들어 저마다 해외에 장기 공급이 가능한 대형 거래선을 확보,직수출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노던텔레콤, HP, IBM, 에릭슨, 시게이트, 모토롤라, 시스코, 쓰리콤 등 내로라하는 정보통신업체들이 국산 PCB를 주력 탑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선발업체들의 수출은 갈수록 대형화,단일업체 수출 물량이 MLB기준으로 월 1만장을 넘어서는 등 내수의존도가 심각했던 PCB가 일약 유망 수출품목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해당품목도 컴퓨터용 중심에서 통신시스템, 이동통신단말기, 모듈, 넷워크장비 등 고부가제품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와관련,세계적인 PCB시장조사업체 미국 NTI사의 사장인 나카하라박사는 최근 내한,『한국 PCB업체들이 아직까지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내수시장이 협소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양을 해외에서 소화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심각한 공급과잉 현상을 빚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대형업체들은 직수출로 확실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상당수 중소 전문업체들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여러가지 한계점을 안을 수 밖에 없다. 인지도면에서 취약하고 생산능력과 품질력이 달리는 중, 소업체들로선 대형 수요처와의 접촉조차 쉽지 않은데다 업체승인에 필요한 1~2년의 연습(?)기간을 참고 이겨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꼭 대형업체들만 고집할 필요 없이 틈새 시장만 잘 찾는 다면 중소업체들도 얼마든지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S사 관계자는 『대형 수요업체는 노출이 많이돼 대만등 경쟁국의 저가공세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전제,『세계는 넓은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알찬 PCB수요자는 많다』고 설명한다.

해외시장 개척과 함께 PCB업체들의 해외생산을 위한 투자도 최근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미 코리아써키트(미국, 중국), 대덕전자(필리핀), 새한전자(멕시코), 신성기업(아일랜드), 세일물산(중국) 등이 해외에 진출한 상태며 상당수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해외에 생산거점 마련을 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현재 국내 PCB업체들의 해외생산은 여러가지 딜레마에 걸려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관련 소재의 현지조달이 안되는 상황에서 PCB를 생산해서는 더이상 메릿이 없을 뿐 아니라 특히 현지 수요가 PCB업계의 경제생산규모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더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내 PCB산업은 세계화라는 또 하나의 전환기의 한 복판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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