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발빠른 발전은 때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해 보인다. 거세게 밀려오는 정보화의 물결앞에서 인간소외를 걱정하는 일부 사람들은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점치기까지 한다. 특히 고도의 정보화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직접적인 인간관계를 단절시킬 소지를 내포하고 있고 급기야 인간을 정보의 통제자나 관리자의 역할에서 정보에 의해 통제되는 하나의 미약한 객체로 전락시킬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LG 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 김성철 책임연구원(43)이 바라보는 미래 정보화사회는 결코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는다. 사람 중심의 삶을 강조하는 그에게 있어 미래는 늘 생활의 편리와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동경의 세상이다.
그가 항상 생각하고 준비하는 분야는 사람이 중심에 서 있는 정보화세상이다.
「미래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 것이며 또 어떻게 해야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만들어질까.」 정보화가 만들어내는 모든 변화들을 사람들의 편리로 연결시키기 위해 그는 미래 생활의 설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LG 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는 이처럼 미래 설계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단. 12명의 인문사회과학분야 석박사들로 구성된 이들은 다각적인 방법으로 미래 생활을 연구하고 정보화를 선도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방향을 제시한다.
연구소의 이름에서 비춰지듯이 커뮤니카토피아는 커뮤니케이션과 유토피아의 합성어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미디어」, 「인간과 환경의 이상적인 실현」을 의미한다.
이들은 일반 기업이나 연구소처럼 확실한 결과물이나 실적을 재촉받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의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토론과 각자의 상상속에서 펼치기만 하면 된다. 상상력과 토론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각종 문헌연구와 해외사례 탐구, 사회현상 분석 등이 곁들여지는 것은 기본이다.
시나리오 기법을 통한 미래사회의 예측 등 다각적인 형태로 상상력을 펼치는 사람들인 만큼 이들의 회사생활도 어느 조직보다 탄력적이다. 커뮤니카토피아를 준비하는 사람답게 상상력의 공간도 좁을 리 없다.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한 융통적인 탄력 출퇴근과 책임이 따르는 자유가 보장돼 있다는 것이 이 연구소의 특징이다.
김성철 책임연구원이 이 연구소에 합류하게 된 때는 지난 95년이다.
자유로운 탐구와 실험정신을 기치로 연구소가 만들어졌던 지난 94년 8월보다는 1년 남짓 늦은 시점이었지만 그는 그의 모든 생활을 정리해 이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었다.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을 거쳐 미 워싱턴대 한국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 곳에 재직 전 미 워싱턴대 한국학 전임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인간 생활에 무언가 보람있는 기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당시 커뮤니카토피아 연구소장이었던 현 연암공전 강인구학장의 제의가 있어 그는 모든 생활을 접어두고 고국으로 달려왔다.
그가 가장 힘든 순간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이 몰라주고 연구결과들도 유용하게 활용되지 않을 때다. 그렇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바쁘게 생활하며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지금 하는 일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요즘 그가 설계작업을 진행 중인 미래 시점은 2005년. 늘 한발 앞서 미래를 설계하며 또다른 실험정신을 체험하는 그에게 있어 2005년은 결코 암울하고 먼 미래가 아니다.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내일일 뿐이다.
<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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