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때되면 하는 안일한 장사가 아니다.』
최근 가전업계를 비롯한 가스보일러업계, 난방용품 전문업체들이 1조2천억원에 달하는 난방기기 시장을 겨냥,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그만큼 업계가 느끼고 있는 불황의 벽이 높고 매출부진의 골이 깊다는 얘기다.
가전업계와 가스보일러업계는 중앙난방의 보급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난방기기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가스보일러업계는 그동안 주 난방기기로 자리잡은 기름보일러의 수요를 가스보일러로 대체하기 위해 제품력을 보강하고 고객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가전업계는 보조 난방기기인 온풍기 및 히터 등에 각종 안전기능과 건강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대폭 바꾸는 등 소비자 마음잡기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가스보일러 시장 현황
가전업체, 보일러 전문업체, 가스기기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가스보일러 시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다소 성장한 70만대 수준에서 2천5백억원 규모를 이룰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건설경기 침체의 여파로 기술력이 부족하고 재무구조가 부실한 업체들이 대거 문을 닫는 등 한동안 세력재편이 진행돼왔으나 올해는 이 과정이 끝나고 남은 업체들간에 본격적으로 기술력, 영업력, 브랜드력의 한판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더욱이 올초 신규 진입한 동양매직과 그동안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신제품을 대폭 확충하고 시장공략에 나선 대우전자가 가세해 업체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내년도 가스보일러 시장 역시 신규수요보다는 90년에서 92년 사이 초기판매된 1백50만대의 교체수요를 중심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일부 도시가스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 지방도시들에서는 신규수요도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남, 부산, 광주, 구미 등 지방도시가스사가 도시가스 공급을 새로 시작함으로써 수요증가도 기대되고 있다.
현재 가스보일러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업체들은 린나이코리아를 비롯해 귀뚜라미, 경동, 대성셀틱, 롯데기공 등 보일러업체와 대우전자 등 6개 업체가 손꼽힌다. 이밖에 해태전자와 코오롱, 동양매직 등이 이 분야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린나이코리아는 올해 24만대 판매에 마켓셰어 35%를 목표로 시장굳히기에 나섰다. 특히 이 회사는 전자비례제어 방식의 맞춤온수기능을 집중 부각하고 4년연속 가스보일러 판매 1위라는 소구점으로 소비자 신뢰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위 업체는 귀뚜라미보일러로 2백80여개의 대리점망과 기름보일러의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가스보일러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는데 저탕식 구조와 가스누출 탐지기, 수압충격 방지장치 등 장점을 강조하면서 타사와의 차별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경동보일러는 원격 전화제어시스템인 「따르릉」으로 확실한 색깔표명을 하고 나섰다. 자사의 가스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이 시스템을 무료로 설치해주는 등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성쎌틱은 「온천가스보일러」로 온수기능을 새로운 소구점으로 삼고 있다. 대용량 온수저탕조를 연결해 온수용량을 확대하고 온수온도를 유지시키는 등 사용편리성을 확대했다. 특히 심야전기를 이용, 온수저탕조의 물을 미리 데워 시간과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대우전자는 최근 2년만에 가스보일러 「탱크」 신제품을 내놓고 가스보일러 사업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전문점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재정비 작업을 추진, 80여개로 확충했다. 또한 광주공장 회전기사업부에 속해 있던 가스보일러생산팀도 가스보일러사업부로 통합하고 관련부서도 기획, 영업, 개발, 생산팀 등으로 재개편하는 등 남다른 의욕을 보이고 있다.
동양매직은 올초 시작한 가스보일러 사업을 그동안 설치 및 시공, 사후서비스를 담당할 전문영업점 모집에 주력해왔으나 최근에는 본격적인 소비자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동양매직은 가스보일러 시장에 후발 진입했지만 건설사 단체납품보다는 고급, 고가를 선호하는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브랜드 위주의 영업을 강화해 타 업체와 차별화할 방침이다. 또한 시공 및 설치 실명제 등을 실시, 소비자 신뢰도도 넓혀 나갈 계획이다.
롯데기공은 「프린스」 가스보일러 신제품으로 파격적인 보상판매를 실시하면서 판촉에 나섰고, 로보트보일러는 부도를 딛고 사업을 재가동했다.
코오롱과 해태전자, 대원보일러, 동성보일러 등도 본격적인 성수기를 맞아 영업을 강화하고 사후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나 예전에 비해 미약한 편이다.
이렇듯 앞으로도 가스보일러 시장은 가전업체, 가스기기업체, 보일러 전문업체가 참여해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생존원칙을 다시 한번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보조난방기기 시장 현황
올해 9천5백억원 가량의 규모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난방용품 시장은 가전 3사와 만도기계, 경원세기, 린나이코리아, 신일산업, SK가스(구 유공가스) 등 전문업체들이 매출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집중적인 영업활동을 벌여 각축전이 예상된다.
특히 가전 3사는 중앙난방의 보급으로 점차 축소돼가는 보조 난방기기 시장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가정용 팬히터나 석유히터보다는 업소용 로터리히터와 캐비닛히터, 온풍난방기와 냉난방기 등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중점 영업할 계획이다.
여기에 가습기 등 신규 도입된 아이템과 물량이 적기는 하지만 전기히터, 전기요 등 개인용 보조 난방기기도 구색을 갖춰 판매하고 있다.
반면 전문업체들은 그동안 닦아놓은 업소용 시장과 전문업체의 브랜드력을 살려 틈새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공조기기 전문업체인 만도기계와 경원세기는 가스와 석유, 전기를 열원으로 하는 온풍난방기와 여름철에도 함께 쓸 수 있는 냉난방기, 난방 겸용 에어컨 등 각종 난방용 공조기기로 국가기관이나 공사 등의 단체납품 이외에 개인 사무실 및 업소 등에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가스기기 전문업체인 린나이코리아, SK가스 등은 청정연료인 가스를 사용해 냄새를 없애고 가스통 착탈로 간단하게 연료공급을 할 수 있는 가스 캐비닛히터를 주력상품으로 삼고 있으며, 중소 가전업체인 신일산업, 우림전자, 한일전기 등은 업소용 로터리히터와 가습기, 전기히터 등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난방용품들을 「겨울이야기」라는 펫네임으로 묶고 디자인을 바꾼 4개의 신모델을 포함시킨 로터리히터 9개 모델, 팬히터 8개 모델, 가습기 11개 모델, 전기스토브 6개 모델로 난방용품 판매를 시작했다. 가습기도 가열식, 초음파식에 이어 복합식 가습기 두 모델을 신규 도입했으며 특히 타사와는 달리 온풍난방기, 냉난방기 등을 11개 모델로 확대해 업소용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크린시스템 등 건강기능을 도입한 로터리히터 신제품 1개 모델을 출시해 팬히터와 함께 각각 5개 모델을 운영한다. 또 가열식과 초음파식 가습기도 한 모델씩 신제품을 내놓아 지난해에 이어 가습기 판매확대를 꾀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로터리히터, 팬히터, 캐비닛히터의 경우 지난해와 같은 제품으로 총 11개 모델을 운영하고 전기히터는 신모델 하나를 추가, 4개 모델을 판매한다. 반면 지난해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혼합식 가습기는 올해 신규모델을 8개나 대거 출시, 총 12개의 모델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전기요, 장판은 4개의 제품으로 구색을 맞춰 나간다.
만도기계는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인공지능기능 온풍기 외에도 냉온풍기, 전기 라디에이터, 태양열 복사방식을 채용한 세라믹 패널히터, 로터리히터, 이동형 가스 캐비닛히터, 가습기 등 전문업체답게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다. 에어컨에 이어 겨울상품에도 「위니아」라는 콘셉트로 중소형 영업장이나 사무실 등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경원세기 역시 온풍기, 냉난방기 등 난방용 공조기기에 인공지능 마이컴을 채용, 운전, 연소, 온도자동조절, 24시간 예약 난방기능 등 사용편리성을 강조한 제품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린나이코리아도 가스식 온풍기와 전기, 가스를 겸용으로 쓸 수 있는 냉온풍기, 캐비닛히터, 스토브 등을 주력 판매할 계획이며 올해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이동식 캐비닛히터 신제품을 선보였다.
SK가스는 가습기 부착형 가스히터를 올 겨울 전략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 외에도 8평 난방형 제품과 15평 및 18평 난방형 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엔 인테리어 효과가 우수한 벽난로 형태의 가스히터를 개발해 판매하는 등 가스난로를 중점 취급하고 있다.
신일산업은 팬히터, 로터리히터, 캐비닛히터, 석유 및 전기 스토브, 가습기 등 중소업체로는 가장 많은 품목과 40여종에 이르는 모델 수를 갖춰 판매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며, 한일전기와 우림전자도 석유스토브, 로터리히터, 전기스토브, 가습기 등 다양한 제품을 갖춰 각 지역 대리점 및 양판점 등에 공급하고 있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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