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보여지는 그 자체가 우주이며 진리이다. 죽음에 관한 인식 역시 현실에 존재하는 삶,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간의 육신이 흙으로 되돌아간다든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다든가 하는 죽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인식이 정립되기까지 어린이는동물의 죽음이나 TV, 혹은 책이나 타자의 간접체험을 통해 서서히 죽음이란 실체를 인정하고 수용해 나간다.
그러나 영화 「뽀네뜨」는 이러한 절차없이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한 어린 아이의 눈물겨운 과정을 통해 어린이의 세상을 향한 시선과 인간에 내재된 선과 악의 본성을 그린다. 카메라의 시선은 어린이의 눈 높이에 맞춰 화면 가득히 어린 뽀네뜨의 자연스럽고 순진하며 섬세한 표정들을 포착해 낸다. 뽀네뜨역의 빅토아르 티비졸은 이 작품으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영화사상 최연소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을 정도로 다른 연기자보다 훨씬 더 살아있는 표정연기를 보여준다.
어린 뽀네뜨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엄마의 죽음은 4년동안의 형성된 모든 세계의 완전한 전복이며 충격으로 다가온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엄마를 못 만난다는어른들의 설명은 어린 아이에게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뽀네뜨는 밤낮으로 엄마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엄마와의 조우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낸다. 예수의 부활처럼 무덤에서 다시 살아나오기를 기대하고 엄마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시련을 극복해야 신의 음성을 들을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믿고 그가 제안하는 모든 「시련」을 참아내는 뽀네뜨의 심정은 간절하다 못해 처절하다.
「죽음」의 의미를 아는 관객들은 그럴수록 더욱 안타깝고 뽀네뜨가 어떤 과정을 통해 엄마의 죽음을 수용하게 될 것인지에 가슴조이게 된다. 감독(자크 드와이옹)은 엄마를 만나고 싶은 4살짜리 소녀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하지 않는다. 영화는 드디어 희망과 기쁨으로 교체된다. 뽀네뜨는 무덤가에서 「살아있는 엄마」를 다시 만나고, 웃음을 잃지말며 행복하게 살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서야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엄마가 뽀네뜨에게 입혀준 빨간 스웨터의존재야말로 엄마의 부활이 허구가 아닐 수 있다는 암시이자, 문제해결의 비현실성에서 오는 허무감을 메우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해피 엔딩을 위한 감독의 무책임한 결론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뽀네뜨」는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모성에 대한 그리움을 무기로 한 가장 원초적이면서 단순한 영화가 아닐까? 우리에게도 한때 어린아이의 모성의 박탈을 통해 관객감성을 자극하는 「엄마없는 하늘 아래」류의 최루성 멜로드라마가 있었고 「뽀네뜨」는 올 가을 그 영화들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
<김혜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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